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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최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새 아파트에 입주한 뒤 7개월 된 아기가 심한 피부병으로 고생했다며 피해배상을 청구한 사건과 관련,시공사에 대해 피해를 입은 어린아이와 부모에게 3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이른바 새집증후군의 피해를 정부기관이 최초로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대다수 국민의 건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 건설회사를 비롯해 일각에서는 그 파장을 지나치게 염려하거나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는 듯하다. 이 일은 환경분쟁제도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사실조사와 당사자 심문 후 준사법적 절차로서 재정(裁定)결정을 내린 것이다. 환경분쟁조정제도는 국민이 생활 속에서 겪는 각종 환경분쟁을 복잡한 소송절차 없이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같은 환경피해 손해배상에 대해 환경정책기본법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더라도 가해가 인정되면 배상책임이 있다는 무과실책임 원칙이 규정돼 있다. 대법원 판례 역시 피해자는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상당 정도의 가능성을 제시하면 족하고 가해자가 반증하지 못하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의 중요한 판단 근거는 아기의 피부병이 새 아파트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인해 발생했을 개연성이다. 위원회의 사실조사에 따르면 새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에는 아기가 깨끗한 피부를 유지했고,모유만 먹였기 때문에 먹는 것을 통해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없다. 반면 실내 공기질 측정 결과는 포름알데히드와 유기용제 등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비해 크게 높았다. 피부병이 심해진 후 다른 집으로 옮기고 나서는 증세가 크게 호전됐고,가족이나 가까운 친족 중에서 체질적으로 아토피성 피부병을 앓았던 사례도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아기의 피부병이 새 아파트에서 배출된 유해물질로 인해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상당 정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짚고 넘어갈 것은 정부나 기업의 관리책임을 묻기 위한 일반환경 기준이나 작업환경 기준,또는 다중시설과 달리 일반가정의 환경은 법적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각 가정환경의 관리책임이 대부분 국민 개개인에게 있고 사생활 침해 요인 때문에 본질적으로 행정적 규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분야에서는 세계보건기구 같은 국제기구의 권고기준은 매우 의미 있는 기준이고,이에 의거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결정이 환경부가 법적 기준을 만들기도 전에 외국 기준을 적용해서 기업에 대해 일종의 체벌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일각의 지적은 전적으로 이해 부족이나 오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같은 사례는 상대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만,앞으로 유사한 분쟁이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우려도 이해된다. 또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규격품을 사용하였고 법 위반 사실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당혹스러울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시민들이 선의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건축기준이나 자재의 품질규격을 강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건설회사 역시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부의 기준이나 규제가 만들어지기 전에라도 신축 아파트 입주 전에 실내 오염도를 측정해 보고,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안전한 상태를 확인한 후 입주토록 해야 바람직할 것이다. 새집증후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나 의식 수준은 매우 높다. 아이를 키우고 가족이 함께 지내는 집안만은 가장 건강한 환경이 유지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식을 반영해서인지 새로운 친환경 건축자재를 개발한 업체들의 주가는 상승하고,많은 건설회사가 앞 다투어 친환경주택 건설을 약속하고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깨닫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을 좇아서 소비자와의 분쟁에 헛힘을 쓰는 기업이 혹시 있다면,앞날이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아파트 건설업계에도 ‘건강한 환경’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장재연(시민환경연구소 소장·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