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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청남대, 라면먹고 모노레일 타야 관람객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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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max.K
- 등록일 : 2024-08-26
- 조회수 : 185
[노트북을 열며] 청남대, 라면먹고 모노레일 타야 관람객 오나?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대통령 별장 청남대가 충북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거듭난 가운데, 다른 관광지처럼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도록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정체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23일 ‘상수원관리규칙’ 개정안이 공포·시행돼 청남대 안에서 조리 음식을 파는 가게를 영업할 수 있고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모노레일까지 설할 수 있게 됐다며 사업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는 김영환 도지사가 "청남대에서 커피 한잔하고 싶다"라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한 결과라고까지 자평했다.
물론 청남대가 일반 관광지가 갖춰야 하는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부족해 관람객들에게 불편함을 준 것은 사실이다. 이를 개선해 관람객 수 증가를 기대해 볼 만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고 시설을 설치하기 전에 청남대가 가진 정체성과, 상수도보호구역인 대청호 등 청남대 주변 환경, 문의면을 비롯한 인근 주민과의 관계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반영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청남대는 1983년 12월 27일 '영춘재'라는 이름으로 준공했다. 건립 목적은 대통령의 별장이며, 이후 1986년 남쪽의 청와대란 뜻으로 '청남대'라고 개칭했다.
서슬 퍼런 군부의 시대, 전두환 씨가 대통령의 별장을 지으면서 청남대 주변은 무장한 군인들이 겹겹으로 둘러 경비를 서며, 차마 다가갈 수 없는 그들만의 성지가 됐다.
인근 주민을 비롯한 민간인은 그 누구도 경계선을 넘을 수 없음은 물론 근접할 수조차 없었고, 이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말하는 것 자체도 금기시됐다.
특히 문의면 주민들은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민이 된 후 이주의 아픔을 겪고, 또다시 청남대가 들어서며 다양한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야 했다.
청남대가 주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덕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4월 18일 청남대를 충북도로 이관하면서 일반인에 공개했다. 대통령 선거 공약을 지켰던 것이다.
이때부터 청남대는 근접할 수 없었던 대통령 별장에서 충북의 또 다른 관광지로 새 출발을 했다. 2010년 관람객 500만 명 돌파, 2013년 개방 10주년 700만 명 돌파, 2017년 1000만 명을, 2023년 1400만 명이 다녀갔다.
이처럼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면서 지난해 코리아 유니크베뉴 52선에 선정되고, 지난 5월에는 공공서비스·지역관광명소 부분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며, 충북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올라섰다.
그동안 시설도 많이 변했다. 대통령역사문화관이 들어서고, 하늘정원과 호반산책로, 자연생태관찰로, 전직 대통령길, 대통령 기념관,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등이 들어섰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관람객들이 청남대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별장'이라는 특수성이다. 넓은 호숫가에 잘 꾸며진 정원을 거닐며 '대통령은 여기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고 상상하며 즐기는 휴식이 청남대 관람의 본질이다.
청남대는 사시사철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정원과 정갈한 호수가 주는 힐링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굳이 이곳에서 다른 놀이동산에서 가졌던 즐거움을 부러워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또한 청남대는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되는 상수도보호구역 안에 위치해 있다. 상수도보호구역에는 행락, 야영, 취사 행위 등이 금지된다.
아울러 인근 주민이 아니면 체감하지 못할 생활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청남대의 변화는 김영환 도지사가 취임 후 "청남대를 혁신해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라며 다양한 개방정책을 제시하면서 본격화됐다.
앞서 문의면 소재지에 주차장과 매표소를 운영하며 지역주민에게 조금이라도 경제적 혜택을 주고 있었으나, 청남대 내 주차장을 무리하게 개방하면서 문의면 상가는 "손님이 끊겼다"라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청남대 내 축제를 열 때 푸드트럭을 입장시키고는 결국 사법처리까지 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청주시의 한 기관이 허락해주고, 또한 청주의 또 다른 기관이 단속하는 모순 속에 푸드트럭 업자들만 고초를 겪었다.
청남대 내 주차장 부지가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자가용 주차 예약제도를 없애 관람객이 몰릴 시간에는 한두 시간씩 차에서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은 또 다른 문제다.
어쨌든,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 '상수원관리규칙'이 개정되면서, 김 지사가 꿈꾸는 청남대로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여 김 지사에게 묻고 싶다. 청남대가 대통령 별장이라는 특수성과 아름다운 힐링 공간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기 원하는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여타의 관광지로 변해야 하는지?
임기가 일 년여 남은 도지사가 전국에서 유일한 ‘대통령 별장’인 충북의 관광자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출처 : 굿모닝충청(https://www.goodmorningcc.com) 김종혁 기자 2024년 8월 25일 오피니언
https://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403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