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해설사의 오백리길 이야기 15] 대청호 호수를 바라보는 마음
  • 작성자 : max.K
  • 등록일 : 2024-01-04
  • 조회수 : 259

[대청호해설사의 오백리길 이야기 15]

대청호 호수를 바라보는 마음


글_여규용 6기 대청호해설사


 봄이 왔나 싶었던 것이 엊그제 였는데 더위가 찾아왔다. 예년과 다르게 기온의 변화도 크고 아침, 저녁 온도 차도 그게 느껴진다. 한창 봄이 무르익었을때 대청호를 찾았었다. 만발한 벚꽃과 그것을 보려고 찾은 상춘객들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만 큼 붐비던 곳이 대청호반이다. 그중에 이름난 풍경 좋은 코스 몇 곳을 분주하게 돌아본 기억이 있다. 자연을 사랑하자는 말은 입이 아프도록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야기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사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 아니고 미래를 보고 준비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위하여 지킬 것은 지키고 아낄 것은 아껴야 하는거다. 오백리길을 걷다 보면 버려진 쓰레기들로 회의감이 들 때가 참 많다. 누구는 목이 터져라 보호를 외 치고 다니는데 누구는 아랑곳 않고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4월달에 대청호에서 제일 풍경이 좋은 명상정원길 주차장에서 대청호해설사들이 직접찍은 사진으로 환경사진전을 했다. 대청호 보전활동하 며 안타까운 모습과 아끼고 싶은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 이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관심을 유도하고자 개최한 환경 사진전이었다. 다행이 많은 시민들이 공감해 주셨고 응원을 보내주셨다. 봄이 시작되는 무렵이라 파릇하니 새싹이 피어나기 시작을 했고 불어오는 바람도 훈훈하여 마음을 어루만지듯 위로를 받는 그런 계절이었다. 우리 고장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음을 행복으로 여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회원들과 함께 사진을 게시하고 주변 오백리길을 걸었다. 발걸음을 떼자 마 자 숲속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들,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 전시를 했는데 그 즐거운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풍경 좋은 호숫가에 몇몇 건물들이 새로짓거나 개축 중인 곳을 지나며 생각이 복잡해 진다. 언덕 한켠에는 처음 사용했을 농기계들을 땅속에 묻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는 버려두고 내것이 아닌양 무관심으로 팽개쳐둔 곳도 있었다. 이런 것들은 구청에서도 개인 사유 재산이라 맘대로 치우지도 못한다고 한다.

 


 매번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거지만 문제는 사람이다. 수없이 듣고 보아서 알고 있을 터이지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과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안일 함이 만들어 내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몇 일 후 사진전 관리를 위하여 전시장을 둘러보고 지난번 가지 않았던 길을 들어가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쉬었다 간 듯 없던 길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호숫가에 녹쓴 철선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어찌보면 그 풍경이 아름답게 보일 수도 혹은 그렇지 않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많이 가물어서 대청호 수위가 많이 낮아진 탓도 있겠지만 여기저기 물에 잠겼다가 드러난 모습이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풍경을 뒤로하고 돌아 나오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안내표지판 하나가 있어 살펴보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녹쓴 철선 옆에 이름도 생소한 어느 단체가 만들어 세운 안 내판인데 내용을 보니 “철선을 잘 유지 하기 위해 부탁 드린다”는 안내판이었다. 대청호는 우리가 먹는 물그릇인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먹는 물이 아니고 그냥 호수라면 재미로 이해를 했을 것이지만 우리가 먹는 물그릇에 녹쓴 철선을 보호하자는 이야기를 한다면 이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대청호 물이 줄어들고 이런 쓰레기들이 들러나면 수거를해서 치워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 리가 먹는 물이 깨끗하게 보전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내가 이렇게 귀찮을 정도로 대청호의 쓰레기와 사람들의 양식에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도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가 먹는 물이라는데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깨끗한 물을 먹기를 원하면서 그 물그릇을 관리하는 일에는 참 무관심하고 소홀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사람들의 이중성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몰래 버리고 느끼는 희열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땅속에 파묻어 버린 쓰레기들을 보며 무지함과 무관심 이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코로나가 엔데믹 상태로 되고 각종 제한사항이 풀리고 보니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야외 활동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잠잠했던 일상이 활기로 넘치는 듯하여 기분 좋다. 각급학교에서도 찾아가는 환경 수업으로 연신 바쁘고 제대로 된 수업을 위해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나도 몇몇곳의 환경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제일 즐거운 것은 야외 활동으로 하천을 모니터링하는 일이다. 물길을 알아보고 그 속 에 살고 있는 각종 수생식물과 생물들을 알아보는 일이 마냥 즐겁다. 해마다 연중 프로 그램으로 진행해 오던 대전제일고 학생들과 하는 활동이 올해는 1회로 줄었다. 아쉬움도 크지만 그럼에도 쉼없이 아이들과 자연을 함께 하는 선생님이 너무 존경스럽다. 일상이 바쁘실 터인데 학교와 집에서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호연지기를 키울겸 대청호반을 걸으며 환경을 생각하고 보살피고 아껴야 할 이유를 알게 하시는 모습이 참 멋지고 존경스럽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작지만 알뜰히 준비하여 그 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얼마전에 개최했던 대청호 환경사진전 사진 철거를 위하여 참여하신 선생님들과 전망 좋은 길을 걸었던 적 있다. 늘 찾는 곳이지만 이곳만큼은 제일 늦게 걷거나 혹은 감춰 두고 싶은 곳이기도 한데 시간의 여유가 있어 그곳을 즐겁게 걷게 되었다. 명상정원에서 여기까지 호숫가를 따라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청호가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며 요즘 들어 자꾸만 개발 욕구를 드러내는 사람들 이야기와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이어가야 할지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들로 생각 나눔을 했다. 그렇게 걸어 들어간 호숫가에 덩그러니 놓인 차량 두 대가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싸늘해지는 놀라움, 이건 뭐지 하는 당혹함으로 가슴이 먹먹해 진다. 또다시 드는 생각 하나 “여긴 우리 물그릇인데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참 생각 없는 사람들이다. 작은 틈새라도 있으면 이렇게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면 그만큼 우월하게 생각되는 것인지 땅속에 묻은 농기구땅속에 묻은 쓰레기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즐겁게 나섰던 길이 예기치 않은 광경을 목격하고는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 나오게 되었다. 내내 무거운 마음은 어디서 달래야 할까?


 찾아가는 환경 교육 중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분야는 ”환경병“ 분야인데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닥쳐올 환경병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될 듯하여 적극 참여하고 있다. 우리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생활속 유해물질과 1급 발암 물질로 분류되어 있는 미세먼지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다 보니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이제는 편리하다는 습관에 길 들여져서 바꾸거나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하면 그런 것에 적게 노출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가 관심의 대상이고 그것이 교육의 중요 포인트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그런 위험성과 심각성을 이야기 할 때 아이들이 놀라는 표정과 걱정스런 모습을 보게 된다. 위험성과 함께 생활습관속에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 하고 나서야 안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모습 속에서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편리함으로 사용하는 많은 생활 필수품들을 어떻게 사용하여야 할까 하는 생각이다. 또 하나 해야 할 일이 생긴건지 모른다. 불편함을 감수 하고 힘듬을 체감하면서 고쳐 나가야 할 우리들의 일인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이렇게 곳곳이 병이 들었는지 안타깝다는 생각만 든다.

 나는 시간만 나면 대청호로 달려간다. 그곳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둘러보며 보이지 않던 어떤 것들이 있을지 찾아보고 알아보고 그러면서 호숫가를 걷는 것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에 한 모퉁이에 자기만의 감추어진 혼자만 가지고 싶은 어떤 것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추억이든 아직도 간절하게 갈구하는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이든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만의 가슴속 응어리들이든 늘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호숫가를 걸으며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하나 하나 스스로 관조를 하다 보면 나의 부족함과 그래서 채워야 할 것들이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그렇게 지친 일상을 위로하기 위해 대청호를 찾는다. 혼자 걷는 길이 참 좋다. 번잡스럽지 않아서 좋고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어 좋다. 내가 대청호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 
이 나와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