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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해설사의 오백리길 이야기 14]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 작성자 : max.K
  • 등록일 : 2023-07-27
  • 조회수 : 279

[대청호 해설사의 오백리길 이야기 14]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글_여규용 6기 대청호해설사


 해가 바뀌고 분주했던 마음도 차분해지는 시기가 되었다. 화살 같은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무심히 도 흘러간다.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가까워질 무렵 봄의 기운이 움찔대는 날 대청호반을 찾았다. 맑게 불어오는 바람은 물 위를 달려 숲을 헤치고 내게 달 려 든다.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이다. 어디를 가든 눈 에 보이는 풍경은 낮설지가 않다. 어쩌면 그것이 정상이겠지만 가끔 나도 모르게 변해 버린 풍경에 어색해하던 때도 있었다. 


 환경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는 대청 호반은 보존과 보전을 생각하게 하는 곳이었다. 먼저 찾아간 곳은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상정원길이었다. 봄기운이 가득한 오후 우거진 왕버들 숲속에 둥지를 틀고 살던 후투티 가족이 생각났다. 주차장 에 차를 세우고 그들이 둥지를 틀고 살던 곳으로 발 걸음을 재촉했다. 호숫가에 만들어진 길은 따스한 날 씨에 녹아서 질척거렸고 오랜만에 들른 탓에 기분이 상쾌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쉽게도 여기저기 쓰 레기 투성이였다. 다녀가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것이 었다. 이것이 문제였다. 뉴스를 통해서 혹은 누군가 를 통하여 들었을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우 리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알고 있었을 터인데 나 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이 이런 행동으로 나타 났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대를 가지고 찾아간 곳에 처음 눈에 뜨이는 이런 풍경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쉬운 마음으로 주변을 모니터링하고 질척거리는 길을 조심스레 걸어 숲으로 들어갔다. 아직은 까칠한 왕버들 숲 은 지난해 가을에 남긴 흔적들로 어수 선하다. 건너편 도로 옆에서는 포크레인 으로 데크길 조성사업을 하느라 소란스 럽고 무성하게 우거졌던 숲은 자그마하 게 작아져 있었다. 후투티가 살던 나무 를 올려 다 본다. 어딘가에 있을 후투티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아직은 아닌가 보다. 나무에 파랗게 잎이 나고 숲에 활 기가 돌아야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이라면 그때가 되었어도 장담할 수 없다. 파괴된 주변 환경에 놀라 다른 곳으로 가게 될지 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하고 미 안한 마음이 든다. 숲을 돌아 이어지는 길로 한참을 걸었다.


 또 다시 눈에 들어 오는 풍경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누가 짓고 있는 건물인지 무엇을 하는 건물인 지도 모를 거대한 건물이 들어서고 있 었다. 이미 외관 공사는 미치고 내부 공 사와 주변 조경공사가 한창이었다. 바로 옆으로는 데크길 조성사업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열 심히 공사중이었다. 그 옆으로는 대청호 맑은 물이 넘실거리고 있는데 이런 건물을 짓고 또 얼마나 오염을 걱정하게 할지 지금부터 마음이 아리다. 이렇게 하나둘 건물이 들어서다 보면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개인 땅에 행사 하는 권리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허가 관 청에서는 좀 더 심사숙고해서 건축허가를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호숫가를 걸어 본다. 야트막한 물가엔 물빛이 투명하다. 찰랑대는 물결에 봄햇살 가득 담겨 있는 모 습이 참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이런 풍경이 내가 좋 아하는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보려고 여기를 찾게 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멀리로 영화 촬영지 에는 호숫가를 찾은 사람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 다. 내가 걸어가는 길에도 즐겁게 걷는 시민들이 눈에 뜨인다. 



다음날엔 흥진마을 길을 찾았다. 예전과 다르게 여기도 들어선 카페 때문에 고즈넉한 풍경은 온데간 데없다. 우거진 숲은 삭막하게 변하였고 은빛으로 반 짝이던 물억새는 듬성듬성 몰골이 흉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마을 카페 앞에서 들어가는 길은 위쪽으로 야자 메트를 깔아 새로운 길을 만들었고 예전의 물 억새 사잇길은 허전한 바람길로 아쉬움만 가득하게 느껴진다.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을 생각학고 지금이 아닌 먼 훗날 우리 자손 세대들까지 고민하고 그것 을 바탕으로 기획하고 시행해야 함에도 지금 해 놓은 모습은 내가 보기엔 일시적인 생각으 로 해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나 하나 돌아보며 둘레길을 걸었다.아쉬움으로 멋진 호반의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들쭉날쭉 패인 호숫가를 걷다 보니 정자 하나가 나온다. 지난해 봄 이 길을 걷다가 쉬어 가던 정자였다. 문득 보니 안전을 위해 둘레에 만들어진 경계 목 하나가 망가져 있다. 망가진지 꽤 오 래인 듯 한데 아직도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야자메트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대 충이었음을 더욱 실감하게 한다. 만약 그 길을 조성 할 때 제대로 정비할 계획이었으면 정 자 쉼터의 망가진 경계목도 수리를 했어야 마땅하 다. 봄의 기운을 느끼려 찾은 대청호반길이 오늘은 은근히 마음을 힘들게 한다. 



아쉬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걷다 보니 어느 새 멀리로 벚꽃길이 눈에 들어 온다. 여기쯤 오니 수 위가 많이 낮아진 것을 알게 되었다. 물위로 드러난 옛집터가 그것을 말해 준다. 고스란히 드러난 안채 와 사랑채의 흔적 그리고 우물 모습, 둘러쳐진 돌담 의 흔적까지 옛 모습이 곳란히 드러나 있었다. 만야 이 모습을 여기를 떠났을 수몰민이 본다면 그 심정 이 어떨까? 지금이 봄이 막 시작 되는 시점이라 이렇 게 낮아진 수위가 걱정이 된다. 올겨울엔 눈도 많이 내리지 않은 탓인지 모르지만 많이 가물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요즘에는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 수업준비에 바쁘다. 새롭게 접근해야 할 환경교육의 주제를 정하고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 지켜야 할 행동과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하여 깊이 있는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환경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려 보자는 생각에 함께하는 선생님들도 열심이시다.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일반을 대상으로 한 켐페인 활동 준비까지 분야를 나누 고 자료를 조사하고 재료를 모으고 수업내용을 정리 하는 일이 쉼지는 않지만 깊이있는 자료조사를 통하여 교안을 준비하고 있다. 선생님들의 수준도 상당하 여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나 가는 모습이 든든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우리가 이렇 게 수고하는 만큼 환경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고 보 호하려는 의지가 쌓여 간다면 그것이 보람이 아닐까 한다. 책임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려는 책임감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생각 나는 일이 하나 있다. 지난 여름 사진전을 위하여 현장을 찾았을 때 명상정원길 데크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전거 탄 사람들이 데크길로 다닌다는 것은 말도 않되는 일이다. 자전거를 탈 자격이 없는 사람 들이 아닌가 싶다. 도로에 분명한 표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안전을 위해 사람들이 걷기 위해 만들 어 놓은 데크길은 자전거가 다니지 못하게 해야 한 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오백리길을 이왕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면 더 많은 고민 으로 의견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개발했으면 좋겠다. 구간에 따라 자전거가 필요하면 자전거도 비치하여 이용하게 하는 것도 방법중에 하나 일 것이다. 그러 나 대청호는 우리가 먹는 물그릇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발도 좋고 시민 휴게 공간도 좋지만 우리가 먹는 물이 오염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곳 을 찾는 모든 시민들이 감시자가 되어 아끼고 관리 해서 먹는 물을 정화 하려고 더 많은 돈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들이 만연되어 있다. 오늘 이야기의 예로든 몇가지 사실만 보더라도 그렇다. 커다란 건물을 짓는 모습, 자연을 훼손하고 데크길을 만드는 모습. 망가진 시설물을 제 때 수리하지 않는 모습. 야자메트 까는 일이 만능인 것처럼 생각하는 모습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 제 우리는 모든 생각을 단순하게 하지 말고 좀 더 깊 고 사려 깊게 해서 우리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 을 물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잠시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 본다. 나는 얼마만큼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고 있으며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에 맞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학생들에게 환경교육을 하는 교육자로서 부끄럼 없는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 반성 하고 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모두 환경과 직결된다는 사실 잊지말자. 누구 앞에 서든 당당하게 환경활동가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자. 말로만 하는 환경 활동가가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활동가,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소신있게 행동 하는 환경활동가 그런 활동가가 되려고 한다. 초심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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