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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규제 풀린다” 들썩이는 청남대…충청권 식수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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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01
- 등록일 : 2023-03-02
- 조회수 : 448
“40년 규제 풀린다” 들썩이는 청남대…충청권 식수원 어쩌나
조성 40년, 개방 20년을 맞은 대통령 휴양지 청남대가 들썩이고 있다. 청남대를 관리하는 충청북도의 김영환 지사는 대청호 규제 빗장을 풀고 청남대를 혁신해 ‘대한민국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최근엔 윤석열 대통령까지 청남대를 깜짝 방문해 김 지사의 구상에 힘을 실었다. 일요일인 2월19일, 청남대에는 1557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올해 들어 두번째 많은 관람객이다.
청남대에서 라면 한 그릇
“중국 자금성보다, 베르사유궁보다 아름다운 청남대에서 커피 한잔, 라면 한 그릇 먹게 해주십시오.” 김영환 충북지사가 2월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청남대의 과도한 규제는 헌법에 위반된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 윤석열 정부에서도 규제를 풀지 못하면 영원히 못 푼다”고도 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핵심 공약인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의 첫번째 실현 지역으로 청남대를 꼽는다. 그는 바다가 없는 대신 호수가 많은 충북의 지리적 이점을 살리면 관광산업 활성화 등으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이런 김 지사에게 규제는 공약 실현의 최대 걸림돌이다. 청남대는 상수원 보호구역인 대청호에 둘러싸여 있다. 개발은커녕 김 지사 말처럼 라면 한 그릇도 끓여 먹을 수 없는 곳이다.
김영환 충북지사(앞줄 왼쪽 둘째)가 지난 2월14일 윤석열 대통령 등에게 청남대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촬영 충북도 제공
김영환 충북지사(앞줄 왼쪽 둘째)가 지난 2월14일 윤석열 대통령 등에게 청남대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촬영 충북도 제공
결국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에스오에스(SOS)를 쳤다. 윤 대통령이 화답했다. 그는 청남대를 찾아와 김 지사가 원하는 말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규제 위주 환경정책보다 과학기술로 수질을 관리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새로 청남대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상을 논의하라. 유스호스텔 등 청소년 시설, 수질 오염과 관련 없는 전기 동력선, 수소선 등을 대청호에 띄우는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
윤 대통령이 다녀간 이튿날인 2월15일, 김 지사는 전날의 ‘감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통령의 충북 방문은 무한 감동이다. 대통령의 말씀은 담대하고 구체적이었고 실천 의지는 대담했다. 대통령께서 우리의 모델을 제시했다.”
행락·야영·야외 취사 금지
상수원 보호구역은 1980년 대청댐을 만들면서 지정됐다. 충북 101㎢, 대전 78㎢에 걸쳐 있다. 하지만 충청북도는 보호구역이 필요 이상으로 넓게 지정됐다고 본다. 상수원 보호라는 목적뿐만 아니라 청남대 보안·경호상의 필요가 유역 지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충청북도는 대청댐 건설이 가져온 경제적 피해를 8조9천억원(수몰 피해 2조5천억원, 경제 피해 4조2600억원, 기상 피해 1조6천억원 등) 정도로 추산한다.
충청북도는 청남대를 포함한 대청호 수역 5㎢를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해제해달라고 환경부에 요구한다. 상수원 보호구역에선 ‘행락, 야영, 야외 취사 행위’ 모두 금지된다. 하지만 환경부는 선례가 없는데다, 팔당호 등 다른 상수원 보호구역의 연쇄 해제 요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곽열 충청북도 수계관리팀장은 “청남대는 분리막 공법으로 하루 200㎥ 용량의 오수처리 시설을 갖췄고,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 1.7㎎/ℓ 정도의 오수(기준 10㎎/ℓ)도 하수관거를 통해 대청호가 아닌 무심천으로 방류한다”며 “청남대에서 대청호로 유입되는 오·폐수가 없는 만큼 과도한 규제는 풀어도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지시 유스호스텔 검토, 배 운항?
환경부와 마찰을 우려해 눈치를 살피던 충청북도는 윤 대통령의 방문 뒤 청남대 관련 사업을 속속 밀어붙일 기세다. 먼저 3월부터 숙식 기능이 포함된 나라 사랑 리더십 교육문화원 건립에 나설 참이다. 윤 대통령이 청남대 방문 때 언급한 유스호스텔과 유사한 시설이다. 국가보훈처 예산 72억원 등 180억원을 들여 2024년 6월께 지상 3층, 4100㎡ 규모로 준공할 교육원엔 숙박 공간 32실과 100명 수용 규모 식당도 들일 계획이다. 상수원관리규칙 12조를 보면, 박물관·미술관·교육원 등의 시설은 3층, 5000㎡ 이하로 만들 수 있다. 배도 생태 학습, 수질조사, 오염 감시·단속 등 목적으로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운항할 수 있다.
홍창섭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과장은 “교육 목적으로 수강생을 받아 숙식을 제공한 뒤 일정 비용을 받는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교육 목적이라고 하지만 돈을 벌려는 편법 의혹이 짙다. 이후 청남대 난개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충청북도는 이와 함께 188억원을 들여 노현 생태습지~청남대 입구 7.3㎞ 구간에 수변 데크를 설치하고, 현재 665대 규모인 주차 공간도 1626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장기 과제로 30억원을 들여 전망대 모노레일(0.3㎞)을, 1200억원을 들여 청남대~대청호반 케이블카(4.8㎞)도 설치하려고 한다. 홍 과장은 “김 지사 임기 안에 모노레일·케이블카 설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민자 유치, 규제 완화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강력 반발할 태세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청남대 개발과 대청호 규제 완화는 대청호 주변 수많은 개발 기대 수요를 자극해 충청권 식수원 대청호를 오염시킬 것”이라며 “청남대는 대청호반의 자연환경과 대통령 별장이라는 특별함을 지닌 곳인데, 각종 개발로 청남대가 돈벌이 수단이 되면 청남대의 역사·시대적 가치도 떨어진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좋은 줄 알았다면 개방 안 했다”
청남대는 1980년 12월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저런 곳에 휴양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서 시작됐다. 당시 장세동 경호실장 등이 움직여 후보지를 찾았고, 1983년 6월18일 착공해 그해 12월27일 준공했다.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변 335필지 182만5647㎡에 9홀 골프장, 본관 등 건물 52동이 조성됐지만, 숲과 대청호가 둘러싸 사방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 천혜의 요새다.
숲과 대청호로 둘러싸인 청남대. 청록색 기와지붕이 청남대 본관. 오윤주 기자
숲과 대청호로 둘러싸인 청남대. 청록색 기와지붕이 청남대 본관. 오윤주 기자
처음엔 봄을 맞듯 손님을 맞이한다는 뜻의 ‘영춘재’로 불렸다. 남쪽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로 명명된 건 1986년이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5명이 88차례 366박471일 이곳을 이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4월17일 단 하룻밤만 묵고 다음날 청남대를 개방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개방식에서 “이렇게 좋을 줄 알았다면 개방 안 했다”는 우스갯소리를 남겼다. 문의면 주민 5800여명은 개방 감사 돌탑을 노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청남대가 조성된 청주시 문의면 주민들이 청남대 개방을 고마워하는 뜻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물한 돌탑. 오윤주 기자
청남대가 조성된 청주시 문의면 주민들이 청남대 개방을 고마워하는 뜻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물한 돌탑. 오윤주 기자
이명박·윤석열 대통령은 이곳을 찾아와 1시간 남짓 머물렀다. 김찬중 청남대 사업소 운영팀장은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골프·테니스, 김영삼 대통령은 조깅, 김대중 대통령은 독서·산책, 노무현 대통령은 자전거를 즐겼다. 역대 대통령이 즐겼던 나무·꽃·산책로 등을 중심으로 청남대를 가꿨다”고 말했다. 그는 40여년을 청남대와 함께한 ‘청남대 지기’다.
‘그들만의 별장’이었던 청남대는 개방 이듬해 100만명 넘게 찾는 등 ‘국민 휴양지’로 거듭났다. 개방 20년을 맞은 지금까지 1352만3204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한해 평균 80여만명이던 관람객은 20만명대로 급감했고, 해마다 적자 폭도 30억~50억원으로 늘어 고민이 크다. 김종기 청남대 사업소장은 “청남대 혁신을 통해 하루 평균 5500여명, 한해 평균 150만명 이상이 찾는 국민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라며 “청남대를 통해 주변 문의면과 청주시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2023년 3월 1일 한겨레 오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