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소식지 글모음

[대청호소식지 2022년 봄호] 실개천과 금강1 꿈엔들 잊힐리야 (문광연 한국양서파충류학회 이사)
  • 작성자 : max.K
  • 등록일 : 2022-08-19
  • 조회수 : 404

[대청호소식지 2022년 봄호]
실개천과 금강1 꿈엔들 잊힐리야
(문광연 한국양서파충류학회 이사)




 우리 집에서 충북 옥천을 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자가용, 버스, 기차입니다오래전부터 옥천에 가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 정지용 시 ‘향수’ 노래를 듣고 빠져 그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몇 번이고 옥천을 다녀왔습니다. 20년이 흐른 후 요즘 와서 다시 옥천이 그리워집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자욱합니다. 조금 있으니 안개가 걷히면서 따스한 햇살이 보입니다. 바로 짐을 챙겨 출발했습니다. 갈 때는 버스를 타고 올 때는 기차를 타고 오려고 계획했습니다. 버스에 몸을 실으니 모두 어르신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버스는 중요한 교통수단입니다. 옥천은 충북이지만, 생활권은 대전인지라 주민들이 대전으로 와 서 볼일을 보고 갑니다.



 버스가 도착한 곳은 삼양사거리, 이곳에 내려 보니 좌측, 우측 가운데로 하천이 보입니다. 제 가 이름을 붙여 봅니다. ‘하천삼거리’. 금산 쪽에 서 나오는 물과 옥천 읍에서 나오는 물이 만나서 대청호 쪽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여기가 바로 두 물머리입니다. 대청호로 직접 들어가는 물이니 우리가 먹는 대청호의 수질을 결정하는 주요한 하천이지요.


 옥천읍 정지용 생가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 어갑니다. 차를 타고 많이 다닌 길이지만 이렇 게 걸어가니 색다른 맛이 납니다. 오늘은 2021 년 12월 12일, 계절상 추운 날이지만 영상 10도 를 유지하여 내복과 목도리, 두꺼운 외투로 중무 장한 몸인지라 조그만 걸어도 땀이 납니다. 조금 올라가니 작은 실개천이 보입니다. 요즘 비나 눈이 오질 않아서 물이 없습니다. 향수 100리 길로 접어듭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길을 잘 만들어 놓아 자전거 타기, 걷기가 참 좋습니다. 조금 가 니 논이 보입니다. 논에는 물이 가득 고여 있습 니다. 내년 봄이 오면 이곳에는 주변에서 개구리 들이 모여 울 것 같습니다. 무논을 보면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논두렁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겨 울인데도 파란 잎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실개천을 따라 조금 위로 올라가니 논 위의 녹 색 그라운드가 보입니다. 논에 보리를 심어 싹이 난 것입니다. 보리는 저온처리를 해야 이듬해 보 리가 충실하지요. 그래서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 을 보낸 후 봄을 맞이하지요. 산에도 들에도 겨 울이라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나무들 만 보이는데 논 한가운데 새파란 보리 싹을 보니 새봄이 온 느낌입니다

  죽향 1리, 큰 돌에 조각을 새긴 글귀가 보입니다. 죽향은 대나무의 향기, 옛날 이곳에 대나무가 많이 살았나 봅니다. 동네 이름이 참 정겨워 보입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죽향 초등학교가 보입니다. 운동장은 넓고 모두 흙입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 우리 식구는 이곳에 가끔 놀러 왔습니다. 나와 아내 그리고 딸, 아들 이렇게 넷이서 운동장에 넓게 서서 서로 공을 차고 놀았습니다. 운동장 한 쪽에는 아주 오래된 교실이 그대로 있습니다. 이곳에서 정지용 시인이 공부하고 졸업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대나무 향기를 맡고 실개천을 보고 자라면서 감성을 길렀겠지요.


 실개천은 학교 앞을 지나고 동네를 지나갑니다. 동네의 실개천을 지나는 곳에 정지용 시인이 살았다는 생가가 보입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주옥같은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불렀는데 온 국민이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가수들과 성악가들이 불렀지요. 시 구도 4절로 되어 있으니 노래 만들기는 좋았을 것입니다. 아무리 감성적인 시인이지만 어떻게 이런 시어를 만들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을까요? 읽어도, 읽어도 정감이 가는 시입니다. 실개천 주변의 조형물에는 개구리와 거북이도 보입니다. 모두 물을 좋아하는 동물이지요.


 시인의 생가는 볏짚으로 지붕이 되어 있습니다. 지붕을 보니 어린 시절 시골집이 생각납니다. 농사가 다 끝나고 볏짚을 모아 동네 어른들이 이엉을 엮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집씩 돌아가면서 이엉을 엮어서 지붕을 단장하지요. 이엉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쪽으로 엮는 이엉과 양쪽으로 엮는 이엉이 있었습니다. 한쪽으로 엮은 이엉은 비를 막아주는 주된 역할을 했으며, 양쪽으로 엮은 이엉은 지붕의 꼭대기나 흙 담의 지붕으로 이용했습니다. 바람에 날리지 않게 새끼로 꽁꽁 묶어 두었지요. 이런 지붕은 참새들에게 안성맞춤 집이 되었습니다. 처마 밑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집을 지었습니다. 생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시인의 향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실개천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니 지용문학공원이 보입니다. 연못, 광장, 산책로를 걸으며 시인을 생각해 봅니다. 문학공원이 끝날 때쯤 고개를 넘어가면 새로운 풍광이 나타납니다.


 큰 저수지입니다. 저수지 물은 조금씩 넘쳐 아래로 흘러 죽향 마을의 실개천을 이룹니다. 저수지의 갈대밭에도 정지용 시인이 노래한 황소 등의 조형물이 보입니다. 호수 물은 잔잔하고 거울 같아서 주변의 산과 마을들이 그대로 비칩니다. 마을 뒤쪽에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이 있고, 양지쪽에 마을이 있으며 앞에는 넓고, 넓은 호수 같은 저수지가 있습니다. 뒷산에서 발원한 개울물은 호수에 모여 시인이 노래한 실개천을 휘돌아 나갑니다.
 실개천은 마을을 지나면서 생활하수와 만나 오염이 시작됩니다. 수량도 부족하고 오염물질을 만나니 옥천 읍을 지나는 금구천과 만날 때는 더 안 좋습니다


 금산의 국수봉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서화천과 만납니다. 여기를 지나면서 농업용수, 생활용수로 사용되면서 수량이 줄어듭니다. 수량이 줄어드니 녹조류가 번성합니다. 대청호는 실개천이 모여서 거대한 호수를 이루었습니다. 시인 정지용이 노래한 실개천이 깨끗해야 대청호도 깨끗하지요.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실개천은 옥천읍내에서 나오는 금구천과 만나며 금구천은 다시 서화천을 만나서 대청호로 들어갑니다. 이런 작은 하천에는 등이 갈색이고 오돌토돌한 무늬가 있는 옴 개구리들이 살아갑니다. 실개천, 금구천, 서화천, 대청호는 우리의 생명수입니다.시인이 노래한 ‘고향’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돌아오는 길은 무궁화호 기차를 탔습니다. 저 멀리 초록의 하늘과 흰 구름이 보입니다. 대청호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립니다.


※ 참고문헌
『금강길 이야기길』 최수경, 이담Books
『향수』 정지용, 이음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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