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순의 the생각해보기] 호수 정원(庭園)이 되려면
요즘 충북에서는 레이크파크(lake park), 즉 호수정원이 화두다. 사전적 의미로서 정원(庭園)은 흙·돌·나무 등의 자연재료와 인공물 및 건축물에 의해 미적·기능적으로 구성된 구역이다. 구성요소로는 계단, 담, 울타리, 의자, 잔디·이끼 등의 지피류, 조명, 조각, 기타 장식물 등이 있다. 정원이 식물을 중심으로 자연물과 인공물을 배치, 전시 및 재배, 가꾸기 등이 이루지는 공간인 반면, 식물원(수목원)은 식물(수목) 유전자원을 수집·증식·보존 및 전시하고 학술적·산업적으로 연구를 하는 시설이다. 한편 공원(도시공원)은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시 시설이다.
기능적으로 정원은 식물의 재배, 가꾸기와 조형미, 예술적 및 참여적 성격을 띤다. 식물원은 식물의 수집·증식·보존 등의 학술적, 산업적 성격을 가진다. 공원은 주민의 휴식, 운동 등 여가생활을 위한 시설의 이용과 경관의 성격을 가진다. 비슷한 듯 다른 세 가지 개념이 자주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곳은 순천만과 태화강 2곳이다. 사전적, 기능적 구분으로 보면 순천만은 보존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식물원에 가깝고, 태화강은 시민의 휴식과 경관의 기능을 하는 공원에 가깝다. 정원은 자연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보기 좋은 경관을 위해 인위적으로 가꾸고, 그 가꾸는 일에 사람이 직접 참여한다는 큰 특징이 있다. 이런 면에서 진정한 국가정원은 아직 없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충북의 호수정원이 어떤 기능을 목적으로 하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현재는 여러 전문가와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 도지사 공약이기도 했으니 면밀한 검토와 토론을 거쳐 제대로 된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겠다. 당장의 밑그림(마스터플랜)을 보여주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호수정원이 개념과 기능에 대한 사회적, 지역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호수정원의 대상이 충주댐, 대청댐, 괴산댐으로 조성된 호수이고 국가의 중요한 수자원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대청호 유역에는 대전, 세종, 충남의 이웃 광역자치단체도 포함되어 있기에 이들과의 공조도 필요하다. 물은 생명과 직결되는 자원이기에 매우 민감하고, 해마다 지속되는 녹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청호는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수를 대상으로 하는 정원의 추진은 무조건적 보존을 지향하는 물환경 정책이나, 댐 건설로 인한 피해의 보상 차원으로 개발을 요구하는 지역의 목소리와는 분명 차별화 되어 있다. 이 두 가지 축을 적절히 그리고 합리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다. 정원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인 참여(지역 주민과 사회)를 통해 댐으로 수몰되거나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의 수십 년간의 한(恨)을 달래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보덴제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수상(水上) 오페라이다. 광대한 보덴제와 브레겐츠라는 작은 도시의 축제는 보존과 개발이 대립되는 우리나라 상황과는 매우 이질적이면서도 부러움을 느끼게 한다.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도 그런 세계적 명물 하나 쯤 가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출처 : 충청매일(http://www.ccdn.co.kr) 배명순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칼럼
http://www.ccd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3659#09S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