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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해설사의 오백리길 이야기 6] 명상공원길, 마산동산성길
  • 작성자 : max.K
  • 등록일 : 2022-06-02
  • 조회수 : 299

[대청호 해설사의 오백리길 이야기 6]
명상공원길, 마산동산성길

처음 그대로 지키면 될 것을...



 봄의 기운이 한창일 무렵 대청호반을 다시 찾았다. 언제나 어떤 곳을 찾게 되면 어떤 모습일지 머릿속에 그려보며 찾게 된다. 산과 들은 어느새 봄기운이 가득하여 연초록 잎들이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을 하였다. 우리 고장의 산야 특히 이곳 대청호를 중심으로 한 풍경이 그림 같음에 더 없이 고마운 마음이다.

  먼저 호수 낭만길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명상공원길을 찾아본다. 이곳은 드리마 ‘슬픈연가’ 촬영지로도 유명하여 평소에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작년 처음 이 길을 걸을 때 이것을 ‘명상공원길’이라는 이름으로 정비하고 있는 것을 보았었다. 어찌 변했을지 기대를 가지고 찾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호젓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곳을 민 대머리 동산으로 만들어 놓았다. 우거져 있던 숲을 밀어 버리고 영화 촬영 안내판 등으로 장식을 하고 돌담과 방부목으로 전망대도 아닌 장난감 같은 조형물도 만들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화단의 꽃들이 조화로 장식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생명력 없는 공원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사라져 버린 우거진 숲과 그곳에 살던 각종 생물들은 삶의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500만 대전, 청주, 세종 시민들의 식수원이기도 한 곳 이라 더욱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요즘 우리는 심심치 않게 기후변화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된다.

 나도 대청호 해설사로 활동하며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렇게 둘러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더욱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게 된다. 지금 세계는 지구 온난화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까지 지구의 온도는 약 1°C가 올랐고 100년 후에는 2~3°C가 오른다고 한다. 온도가 1°C가 올라가면 전체 생물의 10%가 2°C 올라가면 25%쯤의 생물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나라마다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무를 베고 숲을 없애 버린다니 이것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행정이 아닌가 싶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이 우리의 미래 세대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이고 물려주어야 할 중요한 일인지 우리는 잊어서는 않된다. 그러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위한 활동 중에 물 환경을 지키는 일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다. 그러기에 더욱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사라져 버린 나무와 숲을 보니 너무 큰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다. (소나무 1그루는 1년에 5kg의 탄소(CO2)를 흡수한다고 한다.) 잠시 보기만 좋은 공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키고 관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잘 확인하고 시민들에게 좋은 쉼 공간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것은 우리 시민들의 식수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은 좋지만 환경오염이 되지 않도록 계도하고 함께 지켜가는 일을 누구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민둥 공원이 되어버린 이름만 좋은 명상공원길이 되지 않으려면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알뜰하게 지켜가야 할 것이다. 가지고 온 쓰레기들은 꼭 되가져 가고 누군가 함부로 개념 없이 어지른다면 지적하고 주의를 주어 지켜가야 할 것이다. 한참을 머물며 생각을 정리 하다가 털고 일어나 돌아 나오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두 번째 걷기 코스인 마산동 산성길로 향한다. 아침부터 내리는 봄비는 추적추적 쉼 없이 내리고 있다. 이곳 대청호 주변에는 많은 산성들이 산재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지리적 요충지였고 백제와 신라, 고구려의 격전장이기도 했다는 뜻일 것이다. 걷는 길엔 연분홍 진달래꽃이 반갑게 맞아 준다. 파릇하니 돋아나는 새싹들이 아름답다. 마산동 산성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빗길에 미끄러운 길이라 안전을 대비하여 산성 오르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편안한 자동차 길을 이용하여 걷는다.

 호수가 만들어 지며 물속에 잠긴 마을 이야기부터 곳곳에 버려진 양심을 보며 토론을 이어 간다. 지속가능한 환경 돌보미의 역할이 무엇인지? 왜 사람들은 버리는 것에 익숙한지, 그러면서 본인들이 먹고 마시는 것에는 왜 그리 엄격한지? 이중적인 삶의 모습을 생각 하며 착잡한 마음이 이어 진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은 것이라는 것은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숲속에 접어드니 그래도 마음을 맑아진다. 비록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들고 있는 우산의 무게가 제법 느껴지기도 하지만 숲은 제 살을 내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고 있다. 폭신하게 느껴지는 낙엽길이 참 좋다. 



 
 노랗게 피어있는 생강나무 꽃에 코를 대어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하고 유난히 진한 분홍색의 진달래꽃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며 걷는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단아 하면서도 품위가 느껴지는 오래된 한옥 하나가 눈앞에 나타난다. 이곳이 ‘관동묘려’란다. 이곳은 1994년 6월7일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37호로 지정된 곳으로 열녀문을 하사 받은 썽청당 송유선생의 어머니 유씨부인이 문종 2년에 돌아가시자 이곳에서 장례를 지내고 그 옆에다 만든 재실이다. 문이 잠겨있어 들어가서 살펴 볼 수는 없었지만 여기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효를 가르치고 조상 섬김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장소라 할 수 있다. 잠시 이곳에서 쉬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대청호가 우리의 식수라는 사실을 망각 하고 자꾸만 무언가를 만들려는 사실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대청호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찾아 잘 보존 하는 일도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제는 잘 포장 된 길을 따라 걷는다. 간간히 눈에 뜨이는 버려진 쓰레기들이 여기서도 제일 많이 눈에 들어 온다. 어느 곳 이든 사람이 머물고 간 자리는 어김없이 어지럽혀 있고 그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참을 걸어 내려오니 ‘미륵원지’라는 커다란 안내표지석이 눈에 뜨인다.

 그러잖아도 전부터 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던 터라 관심이 컷던 곳이다. 지금 건물은 수몰된 곳에 자리하고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지은 것이라 한다. 이곳 미륵원지 안에 있는 ‘남루(南樓)’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복지시설이라고 한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보부상들과 선비들에게 날이 저물면 이곳에서 끼니와 잠자리를 무료로 제공하였다고 하니 그 시절 참 대단한 나눔 이 아니었나 싶다. 남루는 회덕 황씨 1대부터 3대까지 약 110여년에 걸쳐 운영 되었다고 한다. 



 우리고장에 이런 나눔의 문화가 일찍부터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설들을 그냥 지나치는 역사적 사실로만 전해 가도록 할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후세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배움의 장이 되도록 개방하여 관리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우리세대에는 예전처럼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많이 퇴색하였다. 이토록 자랑하고픈 역사적인 장소와 자료들이 참 많다.

 그냥 이런 곳이 있었고 이랬다더라 하고 말지 말고 그래서 우리는 이런 정신을 이어 받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각자 삶의 가치를 재정립 할 수 있는 배움의 장, 나눔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이번 걷기도 마지막 끝자락에 다다랐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상큼한 봄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자연 속에서 보낸 하루가 참 기분 좋다. 이렇게 우리는 자연이 주는 커다란 혜택을 느끼며 건강하게 사는데 우리는 그들에게 무심하게도 버리고 망가트리고 함부로 대하며 고마운 줄도 몰랐으니 얼마나 미안 한 일인가? 지금 부터라도 무엇을 주고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할 일이 참 많다.

 지구환경을 생각 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먹는 물 환경을 지켜가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고 이러한 일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동참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꾸만 타성에 물들어 가는 내가 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하야 할 것이다. 이번 대청호 걷기를 마무리하며 참 많은 것을 느꼈다. 반성도 많이 했고 고마워도 했다. 우리 대청호 해설사 선생님들께서도 ‘행복플로깅’ 이라는 팀을 만들어 한 달에 몇 번씩 대청호변을 걸으며 버려진 쓰레기들을 줍는 활동을 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다.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또한 ‘사진문학팀’도 있어 대청호를 중심으로 변화해가는 대청호의 모습을 꽃과 풍경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한다.

 시간이 가면서 사라지는 모습을 남겨 보기 위함이다. ‘오백리길 걷기팀’은 두 발로 대청호변을 걸으면서 보호활동을 한다. 무엇이 만들어 졌고 어떤 변화가 생겼으며 어찌 하야 할지를 토론하고 정리를 한다. ‘교재개발팀’도 있다. 단순한 물 환경 교육에서 벗어나 기후변화에 대비한 교육 교재를 개발하여 좀 더 깊이 있는 해설사 활동을 하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실생활에서 차지하는 생활습관이 얼마나 큰 환경오염을 유발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자료가 담기게 될 것이다. 각 팀별 활동을 두 달에 한 번씩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활동 상황을 나누고 공유한다. 이렇게 끈임 없이 공부하고 노력한다.이런 우리의 활동들이 지금은 미약하겠지만 우리 고장을 위하여 노력하는 만큼 커다란 보람이 있을 것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우리 스스로 나서서 우리가 지켜야 할 환경에 대하여 노력하는 것이기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 우리 해설사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다. 지금처럼 한마음으로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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