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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은어 어디 갔나\"…충북도·옥천군 증식사업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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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5-07-30
- 조회수 : 1308
▶대청호 은어 어디 갔나"…충북도·옥천군 증식사업 '고민'
- 4∼5년 전부터 자취 감춰, 수정란 이식 등에 비관론 제기
2000년 말까지 충북 옥천의 대청호는 은어(銀魚) 어장으로 주목받았다. 1997년 충북도 내수면연구소가 호수 주변에 풀어놨던 수정란이 부화하면서 금강과 주변 하천 등에서 광범위하게 은어의 모습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매년 10∼11월 부화해 바다에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 다시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되돌아오는 회귀성 어종인 은어는 맛이 담백하고 특유의 향을 지닌 고소득 어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와 남해에 맞닿은 강과 하천 등에서 일부 잡힌다. 바닷가에 사는 어종이 내륙 복판의 호수에서 번성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충북도와 옥천군은 내친김에 은어를 대청호의 특산어종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세우고 새끼를 구입해 풀어 넣는 등 인공증식에 힘썼다.
그러나 점차 성과를 거두던 증식사업은 2010년을 전후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해마다 증가하던 은어가 이 무렵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옥천자율관리영어조합의 박용득씨는 "2010년 이후 서서히 줄던 은어가 최근에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며 "그물을 놔도 은어가 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은어가 사라진 이유를 블루길이나 배스 같은 외래 육식어종의 번성과 어장환경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박씨는 "대청호는 이미 육식어종인 블루길과 배스가 장악한 상태여서 은어가 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4∼5년 전 여름 연거푸 내린 큰 비에 산란장이 파괴되고 먹이가 되는 이끼류 등이 사라진 것도 은어가 자취를 감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어가 사라지고 나서 옥천군은 증식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지금은 충북도 남부출장소가 자체 양어장에서 길러낸 은어 알을 인공수정해 대청호에 풀어 넣는 게 전부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어장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 기관도 사업을 계속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김효진 충북도 남부출장소 내수면지원과장은 "4년 넘게 은어증식에 정성을 쏟아왔지만, 결과는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며 "올해 마지막으로 수정란을 넣고 실태조사를 거쳐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1990년대 투입한 수정란이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전례에 비춰보면 대청호에서 또다시 은어가 번성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증식사업이 잇따라 중단될 위기에 몰리면서 대청호에서 더는 은어떼를 구경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2015-06-07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