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in Media

[코로나19 힐링코스 대청호 황새바위&거북바위] 호수 앞에 서면 … 내 마음도 초록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1-07-01
  • 조회수 : 739

해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여름은 더욱 불타오른다. 대청호의 칠월이 찬란한 이유다. 호수엔 윤슬의 반짝임이 끊임없으며 주변 풍경이 만들어낸 그늘은 깊어지고 그 깊음이 가진 의미의 농도는 짙어진다. 여름을 짊어진 나무들의 그림자, 그 아래를 찾는 이들이 있으면 희생이라 부를 수 있겠다. 홧홧한 공기와 잠깐의 눈부심이 가시면 대청호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게 되는 그 휴식의 가장 큰 덕택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4구간, 그 중에서도 전설이 깃든 황새바위다. 대청호 자연생태관을 지나 연꽃마을(주산동)로 걷다보면 황새바위로 가는 길목이 나온다. 1980년대 완공된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인공호수인 대청호, 아름다움을 얻은 대가로 2만 6000여 명이 정든 고향을 잃었다. 어떤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황새바위위 전설은 어느 새벽 그물질을 하고 돌아오는 어부로부터 전해졌다. 수몰되기 전 인근 마을에서 이쪽을 바라보면 마치 황새가 알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여 황새바위가 되었다고. 본래 최적의 전망은 더 이상 바라볼 수 없게 됐지만 옛날 우리 조상들이 바라보던 시선 그 끝, 황새바위 바로 옆에 서서 바라보는 대청호 역시 절경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어떤 소중한 것들을 형상하는 지형은 보이지 않지만 작게 요동치며 숨쉬는 대청호의 한 조각, 그리고 저 시선 끝에서 만나는 호수와 하늘의 모습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라만 보고 싶은 풍경이다.


황새바위 옆에 놓인 작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힌다. 눈을 감으면 옅게 이마를 스쳐가는 시원한 바람과 그늘의 존재가 어느 것보다 달콤한 휴식을 만들어주고 자연이 살아 숨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드디어 하계 시간표가 나왔나보다. 여기저기 제 때에 맞춰 출석한 곤충들이 지저귀고 또 지저귄다. 여기저기서 자기소개가 끊이질 않는데도 평화롭다. 이 곳에 숨쉬는 모든 것들이 조화롭다는 것, 대청호의 매력이겠다. 
오늘의 키워드는 '휴식'이다. 그래서 많이 걷고 돌아다니진 않았다. 진짜 앉아서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간 쌓여온 생각들이 환기되고 시선은 호수 위에서 증발한다. 휴식이란 그런 것 같다. 듣고 바라보고 있는데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 그렇게 되도 상관없는 것. 오히려 그래서 더 평화로운 것. 안심되는 것. 


너무 많은 것을 듣고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그리고 또 그런 욕구가 자연스러운 이 시대에서 아무 것도 보지 않고 아무 것도 듣지 않을 수 있는 자유는 박탈당한 지 오래다. 대청호의 포근한 풍경도 일품이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장점은 결국 그간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 처음엔 백색소음과 새롭게 펼쳐진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쾌감을 주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현실이 뒤로 제껴진다. 대청호는 주연과 조연을 넘나드는 명배우다. 시점이 정확하다. 화려하게 등장해 모든 감각을 다 가져가다가도 본격적인 휴식에 돌입할 수 있도록 바람의 촉감 정도 살짝 곁들여주곤 조연 자리로 물러난다. 러닝타임 없는 오페라. 모든 순간 순간이 클라이막스와 인터미션의 연속이다. 


진짜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눈을 떴더니 누가 나무로 짜인 돗자리 위에 오래된 라디오 하나 놓고 갔다. 풍류를 즐기며 쉬기에 이 곳이 딱이라는 걸 다른 누군가도 아나보다. 혼자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떠 주변 야트막한 산길을 걷기 시작한다. 진짜 묘미는 여기에 있다. 푹신한 숲길을 홀로 거니는 것. 왕이 행차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 모든 순간을 나만 누리고 있다. 이렇게 욕심부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위로 높게 뻗은 나무와 나뭇잎이 만든 그늘만을 밟아가며 어릴 적에 자주 했던 놀이도 생각이 났다. 여러 순간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것 같다. 그게 휴식의 묘미가 아닐까. 
좀 더 이 곳을 즐기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에어컨이 켜진 차를 타니 또 다른 휴식의 맛이다. 내가 놓인 치열한 현실 근처에 대청호가 있음에 감사해한다. 언제라도 이 곳에 머무르고 있을 풍경과 내 마음을 뒤로하고, 휴식 한 번 제대로 즐기다 간다.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 2021.06.30기사 / 김미진 기자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85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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