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in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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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13)대청호 오백리길, 문짝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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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1-06-11
- 조회수 : 429
호수 저편으로 해가 올라올 거라기에 이른 새벽부터 물가로 갔다. 기대가 무색하게도 하늘은 구름만 가득. 비록 반짝이는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침의 대청호는 충분히 신비로운 기운 가득했다. 호수 둘레로 길이가 오백리. 그래서 오백리길이다. 과거에는 버려지다시피 했던 길이지만 이제는 근사한 트레킹코스. 물가 곁에는 쓰레기 더미에 놓여 있던 문짝이 들어와 짐짓 근엄한 척 서 있다. 문은 그곳에 서서 호수의 풍경을 담는 예술작품이 됐다.
이 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단풍나무 군락지다. 이토록 고즈넉한 단풍나무 길이 또 있던가. 보면 볼수록 기품이 느껴지는 숲이다. 오백리길을 따라 잠시 산책을 즐기는 건 30~40분이면 족하다. 아침 햇살이 쏟아지기 전, 길을 걸으며 은은히 빛나는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 호수에서 사람과 물과 산이 한데 만나고 있었다.
출처:주간경향 / 2021.06.14 주간경향1431호 / 정태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