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깜빡이를 켠 차량이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오면 곧바로 사고가 난다.' 참담한 기분으로 토론회를 지켜보았다는 한 주민이 혀를 차며 김 군수와 골프장 사태를 빗댄 말이다. "김영만 군수가 보내는 신호를 믿었다가 대형 사고를 당하게 생긴 사람이 지금 여럿이다. 자치1번지를 만들겠다는 신호를 믿고 그를 찍었다가 실제로는 막가는 권위주의가 뭔지 피부로 느끼고 있는 주민들이 그 첫 번째 피해자고, 신발전지역이니 세수증대니 하면서 골프장이 꼭 필요한 것처럼 떠들다가 정작 토론회에 자신들은 쏙 빠지고 답변도 못하는 실무공무원을 내 보내 총알받이를 시켰으니 군수를 믿고 따랐을 공무원들도 피해자다. 마지막으로 골프장 업체도 불쌍하다. 당사자인 주민 따돌리고 비밀협약까지 체결하는 과감한 군수를 믿고 사업을 벌였겠지만 지금은 골프장이 정상적으로 추진 될 거라 보이지 않으니 그들도 어쩌면 최대의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판이다. 주민도, 업체도, 애꿎은 공무원들도 다 피해자다."
사실 기자가 보기에는 동이면 골프장 사업 논란을 위 말처럼 간단명료하게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토론회가 열린 두 시간 내내 주민들은 책임있는 답변을 할 자는 김영만 군수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군수의 엉터리 신호를 믿었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 피해자들만 나와서 토론을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물론 일부 주민들의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김영만 군수가 실제로 했던 일 만큼은 분명히 따지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김 군수는 지난 7월 골프장 시행사가 땅값 상승을 우려해 비공개로 투자협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자 이를 덥석 받아들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점이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골프장시설에 대해 공공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체육시설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라는 점이다. 골프장은 민간시설이니까 시설이 들어올 지역의 땅값이 오르면 땅주인이 이득, 떨어지면 사업자가 이득인 민간계약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투자협약이란 것이 간단히 말하면 "내 것 줄 것이니 너의 것을 다오"라는 약속인데 골프장이 군수가 처분할 수 있는 군유지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김 군수에게는 골프장 주변 다섯 개 마을 주민을 포함한 옥천군민을 대표해 투자협약을 체결할 그 어떤 명분이나 근거도 없었다는 말이다. 이 협약에서 옥천군이 업체에 도대체 무엇을 주겠다고 약속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비밀협약은 골프장 사업의 당사자였던 주민들에게 행정이 모종의 관여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 충분했다. 결국 이 황당한 사건은 동이면 주민과 출향인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마침내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주민제보로 기자에게 전달됐다. 기사가 나가자 도대체 군수가 무슨 자격으로 무엇 때문에 업체와 투자협약을 그것도 비밀리에 체결해 골프장사업에 영향력을 미치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옥천군은 이후에도 자중하지 않았다.
최고위급 공무원들이 앞장서 골프장만 유치하면 우리고장에 대단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처럼 떠들었고 그때마다 기자가 그 근거를 따지면 말끝을 흐리며 "근거는 없다"고 내뱉었다. 야밤에 업체직원들과 고위직 공무원이 지양리 마을로 함께 찾아가 확정되지도 않은 신발전지역 골프리조텔사업의 당위성을 역설한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이미 기사로 보도됐다. 그러나 이런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영만 군수는 일련의 논란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어렵게 물어봤더니 그저 ‘군수는 사업자, 주민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엄정한 결단을 내릴 뿐’이란다. 김 군수에게 충고한다. 공자님 말씀 그만 거두시고 본인이 직접 비밀리에 서명한 투자협약서 잉크 말랐는지부터 확인하시라. 잉크가 말랐다면 주민들 부들부들 떨게 만들고 있는 그 비밀협약서 옆구리에 끼고 주민들 찾아가 해명하시라. 노인 어르신들 다리 아프게 군수실로 부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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