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소모임
-
방아실~옥천 안터 현장답사기
-
- 작성자 : 이안재
- 등록일 : 2006-11-06
- 조회수 : 1878
“푸드득, 푸드득…”
새가 힘차게 날아 오릅니다.
날아 오른다기보다는 사람의 느닷없는 방문에 깜짝 놀라서 물을 차고 황망히 도망하는 모습이 더 맞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리이긴 한데 무슨 오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이름을 11월의 첫 날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흰뺨검둥오리'라고 안여종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군요.
거기에 원앙도 섞여 있다는 설명이 붙는군요.
내가 살고 있는 옥천군 안내면에 인공으로 조성한 것이나마 습지가 있고, 그 습지에 어느덧 새가 날아와 살 터전으로 삼고 있음을 해설사교육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수 때문에 두 번씩이나 해설사 교육을 쉬어야 했던 상황이어서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마음만 갖고 있던 차에 옥천을 방문지에 넣겠다는 임정미 선생님의 전화에 한편 반가운 마음, 한편 설레는 마음으로 몇 곳을 다시 한 번 돌아 보았습니다.
그때 들르겠다고 한 곳 중 하나가 안내면 자연습지였습니다.
지난 2004년 말 수자원공사가 습지를 만들고 있고, 자연습지가 완공될 경우 생태복원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옥천신문을 통해 기사화한 후 1년이 넘도록 그 곳을 지나다니기만 했지, 습지 안을 일일이 돌아보며 어떤 것들이 변화되었는지 확인하는 여유를 갖지 못했습니다.
임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들른 안내 자연습지는 낯선 사람에게 얼굴을 온전히 내보이기가 부끄러웠던 모양입니다.
식구와 함께 들른 습지에서 깜짝 놀랐던 것은 그 조그맣고 별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던-실상 머리 속으로는 습지가 중요하고 이왕 우리 고장에 만들어 놓았으니 많은 사람들이 생태학습장으로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논리만 갖고 있었습니다.-습지에 그 많은 새들이 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첫 번째 고마리를 심어놓았던 습지를 지나치고 갈대와 부들이 심겨진 습지로 들어서는 순간, 푸드득 하고 습지에서 날아오르던 새들을 기억합니다.
새들이 모인다는 것은 그만큼 먹잇감이 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습지를 지켜보자니 아니나다를까 손바닥 만한 물고기도 보였습니다. 낚시하는 사람까지 나타났으니 낚시꾼들은 역설적으로 남보다 더 부지런하고 다른 정보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욱 기쁘더군요. 생태를 복원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돌려놓는다는 것, 어려운 얘기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 하루로 기억합니다.
습지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무엇을 하던 곳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땅이지만 지금은 자연습지로 조성돼 생태학습장 구실을 충실히 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오전 방아실 수생식물원을 시작으로 보은 분저리 녹색체험마을 방문에 이은 분저리-은운리 고갯길은 두 번째였지만 그야말로 환상이었습니다. 앞으로 대청호 생태해설 코스에 꼭 넣고 싶은 길입니다.
보은 생태해설 코스에 이은 옥천 생태 및 문화해설 코스가 물론 들어가야겠지요.
분저리 이장님의 말처럼 우리 농촌은 지금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같은 모양새입니다. 그나마 분저리는 고령화와 만성적인 일손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기 살 길을 잘 개척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정부 쌀수매 걱정은 하지 않지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의해 농촌 기반이 완전히 붕괴될 우려를 안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욱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은운리에서 넘어와 조헌 선생과 영규대사의 혼이 서려 있는 안내면 가산사를 비롯한 답양, 용촌리에 내려 땅을 밟아보지 못한 것과, 석호리 등 다른 일정도 취소된 것이 많아 옥천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만 다음 기회가 꼭 있겠거니 하고 위안을 삼습니다.
어쩌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대청호해설사 교육이 끝나가니 아쉬움이 더욱 커져만 갑니다.
아직 해설사 자격을 갖춘다는 것이 꿈만 꾸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날의 여정을 가만히 떠올리며 행복했던 기억으로 간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