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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억새와 달뿌리풀 등 자생식물을 파헤치고 잔디와 원추리 등 외지 식물을 옮겨심을 예정인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습지’의 4일 오후 모습. 금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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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들이 사는 습지를 갈아엎고
도시에서도 흔한 잔디밭을 만든다는 게 말이 됩니까?” 금산참여연대 최병조 사무국장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4대강 사업 때문에 한순간에 습지가 파괴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4일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천내습지’. 너비 300m, 길이 1.2㎞의 럭비공 모양인 천내습지는 금강 상류 최대의 습지이지만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하중도에선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가 번식을 하고, 수달·원앙 등 천연기념물도 관찰된다. 고라니·너구리·오리 등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거진 버드나무들에다 진둔벙·각시둔벙 같은 크고 작은 웅덩이들이 있는 천내습지에서 특히 진둔벙은 너비 15m, 길이가 30m에 이르러 작은 호수를 방불케 한다. 천내습지 뒤쪽으로는 자연제방 구실을 하는 산이 있고 절벽에서는 황조롱이와 부엉이 등이 관찰된다. 여울 상류에는 멸종위기종인 퉁사리, 감돌고기, 돌상어, 두드덕조개 등이 살고 있으며 어름치의 산란 탑이 확인되기도 한다. 상수원 보호구역이자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돼 습지 고유의 생태가 살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천내습지는 4대강 금강살리기 사업의 대청지구(방우2 지구)에 포함돼 2011년 말까지 생태하천 조성 작업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사업계획서에서 자생식물을 모두 파헤치고 구획을 나눠 18종의 꽃과 수생식물을 심기로 했다. 그러나 환경 운동가들은 습지의 특성상 물이 범람할 때마다 달뿌리풀과 억새들이 물가로 밀려올라가면서 인공으로 심은 원추리, 구절초, 붓꽃 등을 덮어버려 2~3년 뒤엔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 사무국장은 “애초 정부가 한 환경영향평가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자연상태의 식생이 잘 보전돼 있는 곳을 수백억원을 들여 생태공원으로 만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공사가 진행된 곳을 보면, 식물을 새로 심으려 터를 닦아놓은 곳이 적은 비에도 침수된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사가 앞서 진행된 천내지구를 보면, 인위적으로 심은 원추리·부처꽃·노루오줌 등이 본래 자라던 달뿌리풀에 덮여 있다. 이곳에는 옮겨 심은 식물보다 자생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달 중순 이곳을 직접 찾아간 최충식 물포럼코리아 사무처장은 “천내습지처럼 1년에 한두 차례씩 범람이 일어나는 습지는 흔치 않다”며 “금강 중·상류에서 가장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곳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남도 ‘4대강(금강)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허재영 대전대 교수(토목공학)는 “천내습지의 경우 치밀한 사전조사 없이 공사가 추진돼 충남도에서 재검토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공사 쪽도 “지방환경청에서 공사를 해도 좋다고 통보하지 않은 상태여서 아직 공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금산참여연대는 지난달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보호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천내습지를 신청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달 안에 전문가 조사를 마친 뒤, 정부에 습지보전지역 지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