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소모임

9월 숲체험 소감문
  • 작성자 : 임홍택
  • 등록일 : 2006-10-02
  • 조회수 : 1437
깨끗한 세상! 숲으로 오세요. 대성여자중학교 임홍택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7월 중순,「푸른숲 선도원」활동 지원 사업이라는 안내문을 보았을 때, 청소년들의 ‘사이버범죄예방활동’을 하던 나로서는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덧 인터넷이 생활의 필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사이버범죄에 빠져들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사이버범죄예방활동’을 하면서도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차에 ‘숲’, ‘자연’이란 평범한 단어의 등장이 이토록 나를 기쁘게 할 줄은 몰랐다.! 부랴부랴 행사계획서를 제출하고, 운 좋게도 9월 행사지원학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즐거움만큼이나 고민 또한 컸다. 이번 기회가 학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한 가치의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줘야만 했기 때문이다. 오염된 사이버 공간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범죄의 유혹에 자신을 내맡겨버린 학생들에게 그 곳을 벗어날 계기를 마련해 줘야한다는 생각으로 좋은 장소,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9월 9일 토요일 아침 7시 30분, 단원 40명과 지도교사 3명이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에 위치한 “아침고요수목원”.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숲 체험이 학생들의 세상을 보는 안목을 바꿔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내리는 비쯤은 아무 문제가 되질 않았다. 학생들은 그동안 여러 번의 소풍, 수학여행, 갖가지 체험학습 등으로 숲을 접해 보았지만 제대로 된 마음으로 자연에 안겨보는 여유를 가지진 못했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고 했다.’ (사)한그루녹색회에서 보내준 소중한 책자와 출발하기 전에 단원들과 함께 찾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숲에 대해 의견도 교환 하면서 나름대로 숲에 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했기에 적극적으로 만나보는,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다. 오전 11시 아름다운 정원에 도착했다. 들어오는 길이 좁아서 교통은 불편했지만 아늑한 숲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좋았다. 입장권을 구입한 우리 일행을 맞이해 주신 분은 단원들의 체험학습을 도와주실 숲 해설사 두 분이었다. 인사와 간단한 설명을 뒤로한 채 한 시간 삼십분 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한국정원’으로 이동했다. 비가 내려서 단원들이 도시락을 먹기에 그 곳 대청마루가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멋이 흠뻑 배인 한옥 마루에서 잘 가꾸어진 나무와 꽃들로 장식된 정원을 내려다보며 먹는 밥맛이란……. 매일 갇혀진 공간에서 별 볼일 없는 똑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시간을 때우는데 익숙해져 있던 아이들의 눈에는 어느덧 즐거움과 신남으로 가득차고 있었다. 식사 후 주어진 한 시간의 자유를 아이들은 벌써부터 만끽하는 듯 했다. 수목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는 하경전망대에 올랐다. 수목원 안내지에 인쇄되어 있는 아름다운 사진들이 내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졌다. 어디부터 사진을 찍을까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 손가락으로 만든 네모 속에 펼쳐진 세상은 명화가 부럽지 않았다. 숲이 인간에게 내어준 아침고요산책길을 걸으며 숲의 풍요로움과 포근함을 맛볼 수 있었다. 자연적인 아름다움도 좋지만 자연미를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가꾼 인공미 또한 훌륭함을 느꼈다. 하지만 자연이 있음으로 인공의 아름다움이 존재함에는 틀림없다. 환경의 전체적인 모습을 유지하면서 주제별로 다듬어 놓은 다양한 정원과 전시실을 돌아보면서 수목원 밖에서 벌어지고 있을 세상 소음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 어느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다는 나무를 보면서, 한 그루의 나무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인간의 보잘 것 없음을 생각했다. ‘늘 그렇게 희생하고 지켜봐주기에 나무는 오래 사나 보다. 모습도 멋지게 변하면서…….’정화된 마음을 가지고 찾은 곳은 선녀탕. 이 산에 나무꾼이 있었다면 분명 선녀를 만났을 것 같았다. 이곳은 지나치기만 해도 모든 여인이 선녀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그녀가 발 담근 곳이면 선녀탕일 수 밖에. 처음에 계획했던 관람 코스가 의미 없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보이는 대로, 발길 닫는 대로, 가도 가도 새롭고 신났다. 만나기로 약속된 12시 30분, 단원들도 어디서 무얼 보았는지 밝은 표정으로 친구들과 재잘거리고 있었다. 숲 해설사 두 분이 다시 오셔서 일행을 반으로 나눠 A코스, B코스로 숲 체험학습이 실시됐다. “잣나무와 소나무의 특징”, “단풍나무의 다양성”등등.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 해설사 주변에서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 기울이고 있는 단원, 귀로 들은 것을 확인하려는 듯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손길……. 자연을 즐기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가 많이 내리질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리는 비와 함께 자연의 어울림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한 시간 반이나 진행된 체험학습은 때론 단원들을 은근한 피곤함으로 몰아넣기도 했지만 무언가 소중한 것을 알아간다는 기쁨에 해설사의 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기념 촬영을 하고 버스에 오르기 위해 수목원 입구로 나가면서 단원들의 아쉬워하는 소리를 들었다. “식구들하고 꼭 다시 와야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좋았어.” “사진이 너무 예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단원들 입을 통해 들었을 때, 사람은 역시 자연 속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버스에 타자마자 잠들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여러 가지 청소년 단체활동을 지도하면서도 늘 뭔가 아쉬웠던 부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 좀 더 새로운 건 없을까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일. 그러나 나는 여기서 미래를 보았다. 사교육과 인터넷이라는 괴물에 갇혀 삶의 여유마저 잃어가는 청소년들에게 숲을 체험시키는 일이야말로 그들의 영혼을 맑게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 세상의 당당한 주인이 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자연임을 확신했다. 신의 계시인가? 나는 지금 ‘대청호 해설사’ 1기 양성과정(대청호보전운동본부 주관)을 연수중이다. 6 년 전 졸린 눈을 부비면서 환경부전공 연수를 받은 이유를 이제야 찾은 느낌이다. 내년 여름에는 숲 해설사 과정에 도전할 것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아 학생들의 풍요로운 인생 설계에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숲 체험을 할 때 입었던 붉은색 단체T의 가슴에 쓰인 문구가 생각난다. “우리의 사이버 세상, 깨끗하면 좋겠습니다.” 다음 번 체험 행사에는 이런 문구를 가슴에 새기고 싶다. “깨끗한 세상이 있습니다. 숲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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