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소모임

달속에 든 절
  • 작성자 : 송경순
  • 등록일 : 2006-09-28
  • 조회수 : 1852
대전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도심지에서 2,30분만 나가면 녹음이 절정인 숲이나 강,한적한 절집 자동차로 천천히 달리기 좋은 길들을 만난다. 멀리 사는 친구들이 나를 찾아오면 나는 점심과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대청호 한바퀴를 안내한다. 대청호는 다른 지역의 호소와 다르게 높은 곳에서 아래로 관망할 수 있도록 시야가 튀여있다. 아기자기한 맛은 없어도 충청도 특유의 개성이 없는 듯 하면서 소탈하고,수더분한 풍경들이 지루하지않게 여기저기 놓여있다. 대청호 해설사 공부를 통해 다시 한번 대청호를 진지하게 만나는 기호를 가져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지난 22일, 용호동 구석기 유적지를 시발로 우리 지역에서 만나는 풍성한 옛유물과 역사이야기는 언제들어도 감동이 된다. 그 옛날,숨베찌르기를 만들었던 맨처음 조상들 중 한 분은 위대한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지금 내 역사 창조는 무얼까 생각해본다. 주부로 밥 잘 짓는 일,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알아서 행하는 일, 아이들을 잘 크도록 옆에서 지켜주는 일...로 막연히 생각을 놓아본다. 계족산 끝자락에서 보는 맞은 청원군 현도면 노산리 들판은 지금,여기서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잘 익어가는 벼들은 부드럽게 숙성된 겨자빛깔을 뛰고 용호 나루터 근처엔 보조댐에서 흘러내리는 물결로 풍부한 금강 줄기를 보여준다, 그 날의 일정상 들르지못한 월리사 가는 길은 대청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막다른 길이 있는 소전리(충북 문의면) 가는 길위에서,굴피나무 계곡을 지나가다보며 만나는 작은 절집이다. "한적"이 필요한 날 나는 월리사로 간다. 부처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잠이라도 들고싶은...월리사 대청호 해설사 공부를 하면서 현장 답습을 통해 다시 한번 월리사를 갈 기회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후곡리를 비켜서고 소전리 벌랏마을을 가보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막다른 골목같은 산골,벌랏 마을에서 만나는 우리 한지에 대한 그리움은 어렸을때부터 친정아버지께 붓글씨를 배워온 내겐 더 특별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내가 좋아했던 "오당지"는 어린 시절부터 고급스런 중국산 한지였는데 가끔은 호남쪽에서 나오는 호남한지도 쓰고... 벌랏마을에서 경험하게 될 한지공법을 많은 이들이 해보고,누려보길 기대한다. 회남대교로 향하다 대교 가운데 쯤에서 다리위에 서면 양편의 풍경이 아득한 어지럼증으로 다가선다. 바다처럼 깊고 푸르고 섬처럼 고적하다. 그러나 그곳이 바로 여러 지역에서 유입되는 물들로 녹조현상이 제일 심하다니... 내 집 쓰레기를 하나하나 잘 분리하고,재활용하는 일이야말로 대청호를 마시고사는 시민중의 하나로 제일 먼져 해야 할 일임을 다시 결심해본다. 비룡동 할아버지,할머니 장승을 마지막으로 그날의 일정은 끝났지만 버스에서 내리고,올라타고,걷는 일이 어찌나 고단하게 만들던지 돌아오는 길은 삶은 파처럼 척 늘어졌지만 곧장 시립미술관 분수대앞에서 열리는 "장사익 콘서트"에 가서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아무튼...대청호 화이팅 (늦게 쓰니까...어째 다 빼먹고 유치하네요..죄송함~) 시 한편 놓고 갈께요. 월리사 ( 月裡寺) 허장무 절 문이 고요하다 달빛에 든 듯 풍경이 깊다 속연 끊고 돌아앉은 수행나무 길게 가부좌 틀고 오랫동안 선방은 묵언이다 절 마당에 사운거리던 천 사람의 발자국도 달 안에 들어와 거동이 조신하다 도량에 들고 싶은 지상이 고요 속에 간곡하다 다만, 대웅전 문고리 잡고 가만히 몸을 흔드는 민들레 꽃씨 그 맑은 눈이 부실 뿐. 달빛 속에 절 한 채 지어 놓고 만상이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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