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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수돗물 가격은 누가 결정 하는가?
  • 작성자 : 관리자2
  • 등록일 : 2010-01-14
  • 조회수 : 3516
<댁의 물은 충분하십니까?④>당신의 수돗물 가격은 누가 결정 하는가?
물 관리 선진국을 찾아서(1)
 
2009년 10월 23일 (금) | 옥천신문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연재순서 >
1. 물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2. 예고 없는 재앙, 기후 변화와 가뭄
3. 누구를 위한 수계법인가?
4. 물 관리 선진국을 찾아서 1
5. 물 관리 선진국을 찾아서 2


공기와 물의 차이점은 뭘까?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차이점은 하나다. 그것을 사용하는 대가를 지불하는가 여부가 그것이다. 공기와 물은 자연 발생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는 사용 가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반면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 이유는 있다. 공기와 달리 물은 인간이 사용하기까지 처리 과정이 필요하고 여기서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본질적으로 '자연'의 영역에 속하는 물을 사용하는 합리적인 비용은 얼마인가? 또 누가, 그 기준을 제시할 것인가? 물 관리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150년 전통의 프랑스 민간 상수도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 상당 수 국가에서 물 공급은 민간 기업이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각 지자체가 상하수도 사업소를 두고 물 공급과 폐수처리를 맡기 때문에 유럽 기준으로 볼 때 비용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반면, 프랑스처럼 민간 기업이 상하수도 업무를 담당하면 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150여 년 전부터 민간 기업이 상하수도 공급을 맡아왔다. 각 지자체가 기업과 '계약'을 통해 상하수도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계약 내용은 매우 섬세하게 구성되는 데 상수도만 공급할지, 상하수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지는 기본이다. 여기에 상하수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누가 이를 교체하거나 수리할 지 등도 계약 내용에 포함된다.

단, 상하수도에 대한 소유권은 전통적으로 지자체가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상하수도에 대한 기본 인프라는 지자체가 갖고 물 공급 등 관리권만 민간 기업에 맡기는 형태다. 계약기간은 짧게는 4~5년에서 길게는 25년 안팎이다. 프랑스 전역의 4분의 3 이상이 민간 기업에 상하수도 서비스를 맡기고 있는데 다국적 기업 베이올라와 제데프 수에즈 그룹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민영화된 상수도의 가장 큰 쟁점은 역시 비용이다. 만약, 기업과 지자체가 동일한 비용을 들여 물을 공급하고 관리한다 하더라도 기업은 '이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높일 수밖에 없다. 특히, 프랑스처럼 150년 이상 민간 기업이 물을 관리하면서 관련 노하우와 기술을 일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경우 '칼자루'는 기업이 쥘 수밖에 없다. 지자체나 국가가 기업에서 정한 가격이 적정한 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은 공공부문이 민영화됐고 최근에는 상수도 역시 '준 민영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처럼 100% 민간 기업은 아니지만 공기업인 수자원 공사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갖고 있던 지방상수도를 수자원 공사가 관리하는 광역상수도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50여 곳 이상의 지자체가 수자원 공사에 상수도 공급을 위탁했거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옥천군도 지난 2007년 수자원 공사가 광역상수도 공급을 제안했지만 당시 광역상수도 전환 이후 상수도 요금 인상 가능성과 독자적인 물 공급 시스템 붕괴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협의가 진전되지 못한 바 있다. 일단 수자원 공사와 광역 상수도 공급을 체결하면 가장 먼저 취해지는 조치가 지방 상수도의 정수장을 폐쇄하는 것이다. 나중에 다시 지방 상수도로 전환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수돗물 가격 직접 계산해보자
소비자 입장에서 상수도 요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가 물 공급권을 갖느냐에 따라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차이날 수 있다. 일례로 아르헨티나의 경우 다국적 기업에 상수도 공급을 맡긴 후 수도 요금이 수십 배 뛰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된 사실이 있다. 또 1990년대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상수도 민영화의 끔찍한 상상이 현실이 된 적이 있다. 애틀랜타 시내에 화재가 나 소방차가 출동해 소화전을 연결했는데 물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기업이 이윤 감소를 이유로 물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소비자보호단체인 UFC가 이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매달린 결과 150년 간 민간 기업이 주도한 상수도 공급권을 공공의 영역으로 되돌리는 성과를 낳았다.

UFC가 주목한 것은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상수도 가격이 과연 적정하게 책정됐는가 여부였다. UFC의 연구실장인 까를리에씨는 "1985년부터 2005년까지 프랑스 전체의 상수도 요금은 약 2.5배 올랐는데 같은 기간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25% 안팎 상승하는 데 그쳤다. 쉽게 말해 지난 20년 동안 평균 물가가 25% 오르는 동안 프랑스의 물 값은 250%, 즉 물가 상승률보다 10배가 오른 것이다"라며 "UFC가 이 문제에 주목하기까지 아무도 이를 공론화시킬 수 없었다. 150년 간 민간 기업에 의해 일방적으로 물 공급이 주도됐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아무도 합리적인 상수도 요금의 기준을 제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UFC는 2006년과 2007년 2년에 걸쳐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UFC가 물 공급 기업이라고 가정하고 취수에서부터 각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산출해 적정한 상수도 요금을 계산한 것이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 기업이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UFC는 곧바로 상수도 요금을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물론, 관련 기업과 지자체들은 연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UFC는 물 관련 전문 단체도 아니고 분석 과정과 기술 역시 전문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파리 서쪽 지역 150만 명에게 상수도를 공급하는 리오네즈 데조의 스테판 코른 테크니컬 디렉터는 "소비자 단체 입장에서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적정한 가격에 상수도를 공급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기업이 폭리를 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리오네즈 데조의 경우 상수도 부문의 수익률은 5%에 지나지 않는다. 회사 수익 구조 전체에서 상수도가 차지하는 부문은 미약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UFC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을 당초에는 소비자 단체와 기업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하지만, 최종적인 승자는 UFC였다.

150년 만의 혁명, 상수도 공영화
UFC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난 직후 프랑스의 제3도시 리옹시는 베이올라 그룹과 상수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전보다 17% 싼 가격을 합의했다. 파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아예 상수도 공급을 100% 공영화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UFC의 발표를 인정하고 정책으로 끌어안은 것이다.

UFC의 2차 연구 결과가 발표된 시점이 2007년 11월인데 당시는 지방 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각 지자체장들이 유권자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은 것은 재선을 노리는 파리 시장 들라노에였다. 들라노에는 상수도 공영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150년 간 '의심 없이' 받아들여진 민간 상수도 시스템에서 파리의 도전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2008년 5월부터 추진된 파리의 상수도 공영화 정책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는데 2010년 1월1일부터 공영 상수도 시스템이 시작한다. 파리시는 이를 위해 지역 상수도 공사 '에드 파리스' (Eau de Paris)를 만들어 물 관련 기관을 통폐합했다. 여기에는 파리시 상수도 공급에 관계됐던 민영 기업 제데프 수에즈 그룹과 베이올라 그룹 자회사들도 포함 된다. 파리시의 새로운 실험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에드 파리스의 국제 협력부 그레이먼 담당자는 세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그는 "프랑스 전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거라 어떤 성과를 낳을 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우선, 파리 시민들 입장에서는 기업이 상수도 공급을 관리할 때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확히 어느 곳에 가서 상담을 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웠지만 파리시가 직영할 경우 대화 창구가 단일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그동안 파리시는 지역에 따라 어느 기업과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 수돗물 가격이 달랐는데 시 직영을 통해 2014년까지 파리시의 수돗물 가격을 동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마지막으로 이윤이 발생할 경우 전액 상수도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담당했을 때와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 시 직영 상수도 공사 에드 파리스 의 그레이먼 . 그레이먼이 파리의 상수도 공급 시스템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개 민간 기업이 담당하던 물 공급을 2010년 부터는 에드 파리스가 단독으로 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