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대청호 특산어종인 빙어잡이가 몇 년째 신통치 않다.
10여척씩 선단을 이뤄 빙어를 잡던 어선들은 출어를 포기한 채 선착장에 발이 묶여있고 이따금 조업에 나서는 어선들도 어획량이 없어 빈그물만 걷어 올리고 있다.
24일 충북도내수면연구소와 연안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대청호 특산어종으로 각광받던 빙어가 요즘들어 자취를 감추면서 예전 같은 겨울특수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1982년 제천 의림지 빙어(일명 공어)의 수정란을 옮겨다가 번식시킨 이 곳 빙어는 4~5년 전만해도 한해 20여t 넘게 잡히면서 이 지역 어민들의 겨울철 주요 수입원으로 인기 끌었다.
그러나 천적인 블루길, 배스 등 외래어종이 번성하고 대청호 수온상승으로 냉수어종인 빙어의 서식환경이 척박해지면서 3년째 어획량이 거의 없다.
빙어를 주로 잡던 옥천 금강어촌계 염성균(64.옥천군 동이면)씨는 "10여년 전부터 빙어가 차즘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하루 10㎏을 건져 올리기도 쉽지 않다"며 "호수 주변에 성업하던 횟집 등도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꾸면서 소비처도 사라져 빙어잡이가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어촌계 소속 30여명의 어민 중 빙어를 잡기 위해 출어하는 어민은 1~2명에 불과하고 이들이 잡아올린 빙어의 도매가격도 1㎏당 3천원을 밑도는 등 값싼 잡어 수준이다.
염씨는 "빙어를 잡아 타산 맞추기가 힘들어지자 일부 어민들은 은어 쪽으로 눈을 돌려 새끼은어가 성장하는 겨울철 조업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빙어잡이가 시들하자 충북도내수면연구소와 어민들은 매년 봄 산란을 앞둔 어미 빙어를 붙잡아 인공수정시킨 알 1억여개를 호수에 풀어 넣는가하면 생물학적 근친교배에 따른 형질 열성화를 막기 위해 경기도 평택 남양호 빙어를 이식하는 등 어장복원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충북도내수면연구소 남부지소 황규덕씨는 "대청호에 외래육식어종이 번성한 후로 매년 되풀이되는 인공수정에도 빙어 개체수가 좀처럼 불지 않고 있다"며 "대청호의 여름철 수온이 섭씨 25도를 넘나들면서 7~15도에서 생활하는 빙어가 적응하기 힘들어지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체수가 줄어 먹이경쟁이 수월해지면서 애초 5~7㎝정도였던 대청호 빙어의 몸집이 최근에는 10~15㎝까지 커지고 있다"며 "빙어 고유의 성질을 잃지 않도록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와 손잡고 남양호 빙어와 맞바꿔 이식하는 사업을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소는 내년 3월에도 대청호에서 500여㎏의 어미빙어를 붙잡아 인공수정시킨 뒤 다시 호수에 풀어넣거나 도내 주요 저수지에 수정란을 이식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