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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작성자 : 관리자2
  • 등록일 : 2009-10-09
  • 조회수 : 3893
<기획> 댁의 물은 충분하십니까?
1.물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2009년 10월 01일 (목) | 옥천신문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연재순서 >
1. 물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2. 예고 없는 재앙, 기후 변화와 가뭄
3. 누구를 위한 수계법인가?
4. 물 관리 선진국을 찾아서 1
5. 물 관리 선진국을 찾아서 2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뭘까? 정답은 '물'이다. 우리 몸은 70~80%가 물로 되어 있다. 5%만 부족해도 혼수상태에 빠지고 12%가 부족하면 사망에 이른다. 그만큼 물은 필수 생존 요소다. 몸 밖의 물도 중요하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것부터 농사를 짓고 공장을 돌리는 일까지 물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우리고장은 특히, 대청호를 끼고 있어 물이 더욱 중요하다.

요즘은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물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야흐로 '물의 시대'다. 그래서 '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고장, 주민들에게 물은 무엇인지. 물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 기상 이변과 물 부족, 상수도 공급과 수계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옥천'을 둘러싼 물 문제를 당면한 현안과 국내외 사례를 통해 짚어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꼭지는 '물 문제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선'에 관한 것이다.

지구 상에 쓸 수 있는 물은 0.0086%뿐
흔히 '우리나라는 국제연합(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물이 부족한 지 정확한 통계 수치는 모르더라도 UN이 인정할 정도로 물 부족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넓게 자리잡게 됐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나라는 얼마나 물이 부족할까? 이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개인 단위로 좁혀가며 알아보자.

지구 표면의 70% 정도가 물인데 이를 양으로 따져보면 13억8천600만㎦ 정도 된다. 이중 바닷물이 13억5천100㎦로 97.5%를 차지하고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민물은 2.5%에 불과하다. 민물은 다시 남극과 북극, 고산지대에 만년설 형태로 남아있는 빙설이 1.76%를 차지하고 0.76%는 지하수 형태로 존재한다. 이 둘은 직접 사용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결국 인간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하천이나 호수에 있는 물의 양은 0.0086% 밖에 되지 않는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사용가능한 물의 절대 '양'은 이처럼 보잘 것 없다.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 당연해 보일 수 있다.

한국 물 사정 세계 평균 1/8
지구 사정이야 그렇더라도 우리나라는 좀 다르지 않을까? 따져보자.

한국수자원공사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 해 수자원 총량은 1년에 1천276억㎥ 규모다. 2리터 생수로 치면 6경 3조병 정도 되는 규모다. 이중에서 홍수(439억㎥) 때와 평상시(238억㎥)에 하천으로 '그냥' 흘러들어가는 양이 731억㎥로 57%를 차지한다. 땅에 스며들거나 증발하는 등 자연적으로 없어지는 양이 543억㎥(43%)이다.

57%의 하천유출량 중에서 다시 31%에 달하는 400억㎥는 바다로 흘러가고 우리가 이용 가능한 △하천수(161억㎥) △댐(133억㎥) △지하수(37억㎥)는 전체의 26%에 해당하는 331억㎥에 불과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 중에 우리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절대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는 국내 치수시설의 규모와 인구 증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데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되는 우리나라 강수 형태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7~9월 사이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데 이 때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가거나 지하로 스며드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 같은 불규칙적인 수자원은 국가의 '치수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영국의 경우 연 평균 강수량은 우리나라(1천245㎜)와 비슷한 1천220㎜인데 반해 1년 내내 거의 일정한 규모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1인 당 연강수량은 4천696㎥로 우리나라(2천591㎥)의 두 배에 가깝다.

2천591㎥라는 1인 당 연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8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보다 8배 물을 아껴 써야 세계 평균과 비슷할 정도로 물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국가 수자원 정책 '물 부족'가정 하에 세워져
국토해양부 수자원정책과 이보영 시설사무관은 향후 우리나라 수자원은 더욱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2025년 우리나라의 1인 당 연간 재생 가능한 수자원량은 1천327㎥로 이는 전 세계 153개국 중 126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95위), 중국(107위)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이 같은 통계는 다른 보고서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데 '영국 생태환경 및 수문학센터'에서 발표한 물 빈곤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 국가 중 20위로 낮은 수자원 환경을 보이고 있다. 물 빈곤 지수는 1인 당 수자원량과 수자원 접근율, 사회경제요소, 물 이용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된다.

실제로도 그래 보인다. 1965년 우리나라 수자원 총량은 1천100억 톤에서 2003년 1천240억 톤으로 겨우 140억 톤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인구 증가율은 6.6배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이뤄졌을 도시화와 경제개발 규모를 감안한다면 수자원 총량의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토해양부는 2006년 7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데 2011년에는 8억 톤, 2016년에는 10억 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 부족' 담론 한번쯤 의심해 봐야
그러나 세간의 상식과 달리 상당수 환경단체와 지식인 등 전문가 그룹은 '우리나라=물 부족 국가'라는 공식에 물음표를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물의 양이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관리부족으로 인한 질의 문제가 본질이라는 것.

희망제작소 산하 재난관리연구소 김겸훈 소장은 "우리 사회에는 물 부족 국가라는 담론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데 이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며 "정말 부족한가. 왜 부족한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가장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을 진실인양 떠드는 데 실제 UN에서는 이 같은 발표를 한 적이 없다"며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라는 미국의 사설연구기관에서 1990년에 발표한 내용이 일부 UN보고서에 인용되면서 생긴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PAI의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제3세계의 인구폭증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물 문제에 관해서는 인구 대비 물의 양이라는 단순 도식으로 부족 여부를 판단한다.

이 공식에 따르면 수질오염과 수인성질병이 만연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 풍요국이 되고 영국이나 덴마크 등은 물 빈곤국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6년 이전까지 국토해양부 등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엉터리 통계를 진실인양 인용하며 각종 수자원 정책을 수립했다. 환경단체 등이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2006년부터 공식 보고서에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내용을 뺐다.

정부는 곧잘 우리나라 국민들이 물을 너무 '펑펑' 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환경부 등은 우리나라 국민 1인 당 하루 물 공급량이 395ℓ로 이는 △벨기에(157ℓ) △프랑스(215ℓ) △스페인(300ℓ) 등 유럽보다 더 높다며 이를 물 부족의 주요한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운영위원장은 "정부의 물 공급량은 국민들이 실제 사용하는 물 양과는 다르다. 중간에서 누수 되거나 손실되는 양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인들이 실제 사용하는 물 사용량은 공공용수를 포함해 하루에 275ℓ에 불과하며 생활용수 사용량은 170ℓ로 더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물 부족 담론을 퍼뜨리기 위해 통계를 조작하거나 오독하며 국민 불안을 심화시킨다는 얘기다.

왜? 염 위원장은 "지난 반세기 한국의 물 정책은 댐과 관로를 건설해 물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한마디로) 토건 계획의 수립과 집행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댐을 건설해 경기부양을 일으키고 도시화와 경제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하천 도처에는 1만8천여 개의 크고 작은 댐이 만들어졌고 2만8천622km에 이르는 제방이 자연의 물길을 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정녕' 물이 부족하다면 이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낡은 상수도관을 교체해 누수율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물 절약 효과를 낼 수 있고 그 밖에 △산림녹화 △관정개발 △해수 담수화 △물 절약 시설 도입 △소규모 수리 시설 확보 △지나친 도심개발 및 도로포장 지양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물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물이 부족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댐 건설 밖에 없다는 발상은 유효기간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물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중 무엇이 정답일까? 이 문제는 다음 호 우리고장 물 문제를 다루는데도 그대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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