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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인심, 가산천 물소리에 피로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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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2
- 등록일 : 2009-07-28
- 조회수 : 4782
푸근한 인심, 가산천 물소리에 피로 싹 | |||||||||||||||||||||||||||||||||||||||||||||
대청호 샛강탐사③ 안내면 가산천 답양리 김준배 이장, 샛강 탐사단 원두막 초대, 옥수수 대접 보은군 회남면 은운리에서 안내면 답양리를 지나는 가산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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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시골 인심은 길 떠나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안내면 답양리 김준배(72) 이장은 19일 가산천을 막 탐사하려던 샛강탐사단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했다.
직접 지은 원두막을 오르자, 농사지은 옥수수와 매실차, 커피 등이 나온다. 원두막에 둘러앉기가 무섭게 김준배 이장은 답양리 토박이로서 답양리와 답양리에 위치한 절 가산사에 대해 설명한다. "옛날에는 이 위 도토리재 너머 막지리에서 배를 타고 함티에 있는 군북초등학교에 통학하곤 했어요. 비가 억수로 내릴 땐 학교 안가도 되니 참 좋았구요." 군북초 13회 졸업생으로 박찬웅 군의원과 동기동창이란다. 여민학원(대표 송치양)에 다니는 박지용(옥천중 3) 박지호(삼양초4) 형제와 김보훈(옥천중3)이, 그리고 옥천읍민으로 3번째 모두 참가한 이근생씨의 딸 이봄길민들레(옥천여중3), 안내면에서 온 이상협(안내초 4), 유민성(안내초6), 엄마 김경하씨와 함께 온 지상희(죽향초6), 지승준(죽향초1)는 김준배 이장 댁 동물원(?)을 구경하기 바쁘다. 김준배 이장이 만든 동물원에는 거위, 돼지, 토끼 등 12가지 동물이 산다. 또, 원두막 밑에 있는 조그만 수영장도 눈길을 끌었다. 다 여름, 겨울이면 찾아오는 도시 손자들과 재미나게 놀기 위한 김준배 이장의 아이디어다. 가산천 길잡이를 맡은 안내면 현1리 민병용 이장은 "나도 곧 할아버지가 된다"면서 김준배 이장이 집집마다 만들어놓은 것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구름이 숨어있는 마을로 출발 안내면 답양리에 모두 차를 세워놓고 민병용씨 트럭에 다 몸을 실었다. 오늘 참가 인원은 25명 정도. 10여 분 남짓 차를 타고 가니 금방 보은군이다. 보은군 회남면 은운리 마을회관이 보이고, 비포장길이 나온다. 비포장길을 한참 가다보면 두갈래 길 큰 느티나무가 보인다. 여기가 오늘 출발지이다. 마침 큰 비가 내린 지 얼마되지 않아 가산천 수량도 풍부해 그 세차고 맑은 물살이 보기만 해도 시원해진다. 이 물은 안내면 답양리를 지나 보은군 회남면 은운리를 거쳐 대전 어부동까지 가면서 금강 본류와 만나는 하천이다. 힘차게 흐르는 계곡 물을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 물 가까이 내려가보니 순간 눈살이 찌뿌려진다. 누군가가 쓰레기를 태우다 만 흔적과 쓰레기봉지에 대충 담아버린 쓰레기가 가산천 바로 옆에 버려져 있었기 때문. 쓰레기봉투에 선명하게 찍힌 '대전광역시 서구'라는 글씨를 읽으며 누군가가 하는 말이 참 가슴에 와닿는다,
"대전 사람들이 실컷 놀다 쓰레기는 다 버리고 갔나보네. 허허, 어차피 저렇게 버리고 가면 그로 인해 오염된 물을 다 자기들이 마신다는 것을 왜 모르나 몰라." 맞는 말이다. 지금 내가 버린 쓰레기 하나, 마구 버린 폐수가 결국은 내 식탁 위로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큰 느티나무에서 보은군 회남면 판장리가 고향인 이근생씨가 안도현 시인의 '애기똥풀' 시를 낭송하고, 고향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애기똥풀 -안도현- 나 서른다섯 될때까지 애기똥풀을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때 마다 그들은 내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것들이 인간의 마음에서 시를 쓴다고 그리고 출발이다. 환경사랑 강성춘 회장과 정연식씨는 발걸음이 가장 빠르다. 안내면에서 홍화농장을 운영하는 김영주씨와 금강환경지킴이 박효정씨는 야생화를 살피느라 발걸음이 늦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모르는 풀, 나무, 꽃들의 이름은 대청호 주민연대 신한중 대표와 김영주씨가 알려준다. 첩첩산중에 흐르는 시원한 계곡을 걸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절로 산림욕이 되고, 귀가 즐거우며 발걸음이 가볍다. 정성스레 싸온 김밥을 간식으로 먹고 가니 비포장길이 끝난다.
뜨거운 신작로, 시원한 가산천 가로수 하나 없는 아스팔트를 걷는 것은 곤욕이다. 그래도 위안을 받는 것은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자유롭게 차도를 점령하면서 걸어간다. 도랑 하나 사이를 두고, 보은군 회남면 은운리와 옥천군 안내면 답양리가 갈린다. 아이들은 '여기부터 옥천이야!'하며 경계놀이를 한다. 걷다보니 예로부터 유명했다던 안내면 답양리 판석이 나온다. 예전에 답양리 판석은 광산만 5개나 될 정도로 유명했고, 전국에 걸쳐 안 나가는 곳이 없었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200호에 달할 정도로 큰 마을일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옥천판석(대표 제갈민) 하나만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판석은 한옥의 방구들, 고기굽는 불판 등으로 사용하는 편마암을 일컫는 말로 옥천 판석은 전국에서도 품질을 알아줬단다. 판석광산을 지나면 이제 답양리다. 은운리에서 답양리까지 물을 거슬러 올라 온 것이다. 답양리 마을 입구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와 삼백초 다듬기에 한창이다. 박희기 전 이장도 주민들과 함께 삼백초를 다듬어 건조실에 넣는다. 아이들은 계곡이 보이니 뛰어들기 시작했다. 천렵이다. 민물고기를 잡는 반두를 들고 계곡 물가를 휘젓고 다닌다. 그러는 새 대청호 주민연대 류은하 간사와 김경하씨, 박효정씨가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했다. 큰 수박을 잘라 마을 주민들과 같이 나눠먹고, 돼지고기를 불판 위에 올려 구워먹었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아직 우리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인 것 같다. 사람의 발길이 덜 닿은 곳이기에 물이 그만큼 깨끗한게 아닌지, 그럼에도불구하고, 마을 주민들은 행락객들이 남겨놓은 쓰레기 치우기에 바쁘다 한다. 옥천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물줄기 탐사 세번째가 끝났다. 안남천, 안내천, 가산천, 다음달은 청산면 드넓은 뜰을 가로지르는 품넓은 천 보청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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