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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하목리 계곡에 \'풍덩\'하니 더위도 시름도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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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2
- 등록일 : 2009-07-13
- 조회수 : 4195
방하목리 계곡에 '풍덩'하니 더위도 시름도 싹~ | ||||||||||||||||||||||||||||||||||||||||||||||||||||||||||||
대청호 샛강탐사 ② 안내천 안내면 방하목리 ~ 현리 도랑치고 가재잡던 일은 옛날 이야기던가 계곡 인근의 쓰레기 태운 흔적 보니 걱정스런 마음 왈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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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면의 끝, 보은군과의 경계마을인 안내면 방하목리의 조그만 개울에서 발걸음은 시작됐다. 21일 안내면 현리 면사무소 앞에서 집결한 샛강탐사단은 동이면 우산리에서 온 김호일 전 이장의 트럭과 군북면 이백리에서 온 이흥배씨의 화물차에 나눠 올라타고 방하목리까지 이동한다. 비온 뒤 말끔하게 갠 하늘이 다행스럽지만, 한 낮 땡볕에 걸을 생각을 하니 걱정이 엄습한다. 그래도 아직 물기를 머금은 초여름 바람이 볼결을 부드럽게 스치는 느낌이 참 좋다. 공주에서 정감록을 보고 '후천개혁'(?)의 장소라 믿고 20여 년전 방하목리를 찾아왔다는 예관영 이장, 마을 어른들과 함께 마을회관에서 마을에 대해 설명한다. 디딜방아 모양처럼 마을이 형성됐다 하여 이름 붙여진 마을 방하목리, 방하목리의 개울이 바로 안내천의 모태이다. 어찌보면 볼품없이 시멘트로 대충 옹벽을 만든 개울에 흐르는 물이지만, 그야말로 제멋대로 자연스럽게 생태 환경이 조성됐다. 갈대가 자라고, 올갱이가 살았고, 중태기가 돌아다녔다. 논 한켠에는 물웅덩이가 있었고, 저수지 하나 없는 천수답의 방하목리에서는 물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었다.
"이 곳은 그야말로 천수답이에요. 개울물이 맑아야 좋은 물 가지고 논농사 짓고, 우리 먹을 거리 만들지요. 그래서 물도 깨끗하고, 잘 활용할 줄 알지요." 예관영 이장의 말을 한참 듣고 마을회관으로 자리를 옮기니 정광회(72)씨가 방문객들을 환하게 맞는다. 같이 동행한 현리 민병용 이장에게 꽹가리를 잘 친다하여 '꽹맥이꾼'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방하목리가 인심도 좋고, 공기도 맑은 참 좋은 마을이라 설명한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안내초 부학생회장인 최현수(5학년)가 동생 다빈이와 기원이 등 몇 명을 데리고 와서 개울물 따라 한참 신나게 걷는다. 논가에서 기원이는 개구리가 되려는 올챙이를 잡아 보여준다. 방하목 계곡에 풍덩 물을 느끼고 방하목리를 빠져 나가는 길목에서 버스 정류장과 넓은 신작로가 눈에 띈다. 이제 방하목리가 오지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육각정에서 좌측으로 꼬불꼬불 계곡길을 따라 한참을 가야 나왔던 방하목리, 그래서 버스 조차 다니지 않았던 그 마을은 서대리에서 2차선 도로가 새로 나고, 버스가 드나들면서 비교적 가기 쉬운 곳으로 변했다. 마을 주민들의 편의를 생각하면 당연한 변화지만, 그래도 운치있는 계곡길이 여전히 아쉽다. 처음 안남천에 이어 이번에도 같이 동행한 옥천환경사랑모임(회장 강성춘)은 강성춘 회장이 정연식, 최용구, 강은주, 장득환씨 등 회원 4명을 더 데리고 왔다. 옥천읍 주민 이근생씨도 이번에는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 방하목리를 빠져나오자 마자 신작로를 따라 걷다가 옛 계곡길로 쑥 빠졌다. 계곡길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계곡 바위에서 천렵을 시작한다. 올갱이를 줍고, 바위틈에 숨어있는 물고기 잡기에 한창이다. 옷이야 젖건말건 풍덩 물에 몸을 담그고, 점점 밀려오는 뜨거운 더위를 저만큼 몰아댄다.
어른들은 벌써 먹을거리를 배낭에서 꺼냈다. 대청호 주민연대 주교종 사무국장이 잘 삶아진 감자를 건넨다. 속껍질이 풋풋하게 남은채 익은 감자는 하나둘씩 집어들더니 금방 동이났다. 사람들은 시원한 계곡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같이 동행한 김영만씨는 이원면 평계리 공촌에서 보았던 큰 가재이야기에 한창이다. 물이 깨끗해야 수생 생태계가 보존되야 가능한 이야기다. 도랑치고 가재잡던 일이 벌써 옛날 이야기 아니던가. 계곡 인근에는 쓰레기를 태운 흔적이 하나둘 나타난다. 걱정스런 일이다.
예관영 이장은 "최근에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행락객이 하나둘씩 늘어난다"며 "잘 놀고가는 거야 상관없지만, 버린 쓰레기가 썪고 물에 침투되면서 물이 오염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안내면 방하목리 마을의 계곡길은 그야말로 훌륭한 생태자원이다. 비포장길과 나무들과 잘 어우러진 안내면 방하목리 계곡을 잘 보존하고 가꾼다면 마을과 사람, 자연이 같이 공존하는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사람의 욕심을 확인한다. 군데군데 지어놓은 별장은 계곡을 자신의 수영장인 것 마냥 사유화하고, 제초제를 뿌려놓은 하얗게 죽은 풀들이 논둑에 즐비하다. 어떤 이는 집을 지어놓고, 개울 둑방길을 아예 막아놓았다. 자연을 사유화하려는 사람들, 쓸쓸한 생각이 든다. 대청호 주민연대의 신한중 대표와 안내면에서 홍화농장을 운영하는 김영주씨는 풀꽃에 대한 선생님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풀과 꽃을 만날 때마다 묻고 또 묻는다. 강성춘씨는 개박하의 잎을 떼 박하향이 난다고 즐거워했고, 김영주씨는 방하목리에서 흰꽃이 줄이어 달린 '큰까치수영'과 안내면 서대리에서 하늘빛 '닭의장풀'을 보고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김영주씨가 큰 마음을 먹고 만든 옥천샛강탐사단 카페(http://cafe.daum.net/oc-river)에 이런 기록들을 다 올릴 요량이다.
전나무 가로수 길에 취하고 최용구씨와 장득환씨 일행은 뽕나무를 발견하고, 새까만 오디 먹기에 한창이다. 잘 익은 오디는 참 달다. 한참을 걸어 육각정에 도착했다. 육각정 가는 길은 전나무 가로수로 장관이다. 아이들은 저만큼 뛰어가고, 하늘이 보이지 않는 전나무 가로수길을 걸으면 마치 산림욕을 하는 것 같이 시원하다. 육각정은 서대리 산 1번지에 위치한 육각지붕의 2층 정자로 1972년에 만들어졌다. 육각정 설명 표지판에는 "먹이를 낚아채는 매의 날카로운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 이곳은 경관이 빼어나 옥천의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고 쓰여 있다. 육각정에 위치한 곳이 매봉 산마루라 그런 설명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매는 볼 수 없었다. 육각정 식당 주인이 시원한 음료수를 샛강탐사단에게 제공해 더위를 잠시 식힐 수 있었다. 방하목리 예관영 이장은 육각정까지 안내를 마치고 돌아갔고, 서대리 양승섭 이장의 부인이자, 금강환경지킴이인 박효정씨가 뒤이어 가이드를 맡았다. 서대마을회관에서 다같이 모여 닭매운탕을 맛나게 먹고, 과일과 잔치음식으로 두둑하게 배를 채운 뒤 서대저수지에 올랐다.
안내천은 지도에서 보면 서대저수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음식을 맛깔나게 준비한 박효정씨가 마을과 저수지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 마을 서대저수지는 방하목에서 늘 물이 흘러 여느 저수지보다 참 깨끗해요. 물고기들도 많이 살고요. 그런데 낚시터로 되어 있어 오염우려가 있어 조금은 안타깝지요. 서대리 마을에 걷고 싶은 꽃길을 조성해 머물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 싶은 것이 제 꿈이에요." 서대리 하천 따라 걷기는 나무 그늘도 없고, 내리 쬐는 땡볕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걸은데다 하천 공사로 여기저기 파헤쳐 있어 걷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았다. 안내면 생태습지, 중요한 환경자원 현리로 접어들자, 자연스레 안내면 현리 민병용 이장이 길잡이가 된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시원하다. 현리 마을 길로 접어들면서 안내면 생태습지가 보인다. 생태습지는 안내면 하수종말처리장에서 화학적으로 정화되어 나온 물을 다시 자연정화해 주는 구실을 한다. 생태습지 이곳저곳에는 창포와 갈대, 부레 옥잠 등 수생식물이 심어져 자연정화를 돕는다.
대청호 주민연대 신한중 대표는 "습지가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 한다"며 "각 읍면에 생태습지를 조성해 오염된 물을 자연정화할 수 있는 기능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청호 주민연대 주교종 사무국장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실천하자고 제안한다. "천연세제 만들어서 쓰는 것, 천연 비누 만들어 사용하는 것, 쓰레기 버리지 않는 것, 주변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해봤으면 해요" 다음 한 여름 샛강탐사는 안내면 가산천이다. 가산천에는 그야말로 물에 들어가 천렵도 하면서 수생식물과 서식하는 물고기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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