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in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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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음악회 성황리에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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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임정미
- 등록일 : 2006-07-24
- 조회수 : 2731
대전 변두리 마을의 '튀는 음악회'
대전광역시 동구 추동 대청호반 마을. 행정구역은 분명 대전광역시이지만 이곳은 도시가 아닌 변두리 농촌마을이다. 여느 산골마을처럼 자연과 땅에서 얻은 생산물이 주 소득원이다. 이곳은 대전시민의 젖줄인 대청호가 있고 수려한 자연환경을 자랑하지만 문화소외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에서 독특한 문화예술이 창조되고 있다.
22일 저녁 7시, 아담한 동명초등학교(동구 추동) 운동장이 북적였다. 이 마을에 사는 뜻있는 주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이 올 들어 세 번째 '대청호 음악회'를 마련한 것.
동명초등학교 풍물단의 공연과 오카리나 연주, 판소리에 재즈 공연까지 흥겹고 정겨운 음악회가 밤 늦게까지 지역주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때맞춰 이 마을을 방문한 독일 위즈바덴 지역 중고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풍물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숨어 있는 가치까지 인정받는 '대청호 음악회'
'대청호음악회'에는 한국은행에서 만든 원화 대신 별도로 발행한 보은화폐가 통용된다.
공연장 주변에는 주최 측이 마련한 지역 농산물과 특산물, 도자기 서예부채 등 미술 공예작품, 예술가들의 퍼포먼스, 먹을거리 등 장터가 선다.
참가자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있을 경우, 서로 보은화폐나 노래, 안마 등 자신만의 재주를 벼룩시장 및 경매시장에서 선보이면 된다. 주최 측은 이를 '호혜시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대청호음악회추진위원회 변강훈 운영위원장은 "보통 시장에서는 돈을 매개로 상품이 거래되지만 호혜시장에서는 돈만이 아닌 공동체를 유지시키기 위한 유무형의 노력이 모두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어깨가 결리는 한 어르신에게 안마와 회심곡 한 소리를 해드리자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다른 이가 이 모습을 보고 자신의 보은화폐를 건넨 적이 있다"며 "이처럼 나눔의 뜻과 마음이 오가는 곳이 호혜시장"이라고 덧붙였다.
'탁발화폐' 아세요?
하지만 호혜시장에서 보은화폐를 발행해 얻는 기금만으로는 운영기금을 확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행사 막바지에 참가자들에게 탁발그릇을 내놓는다.
이날 쓰고 남은 보은화폐를 환전하지 않고 가져가는 방식으로 후원하는 것이다. 환전하지 않고 그냥 가져가는 돈은 '탁발화폐'로 불리며 다음 호혜시장때 일정비율로 교환할 수 있다. 물론 성금을 출연하거나 후원계좌를 통해 후원해도 된다.
정봉현 추진위원장은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하고 질높은 문화향수 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해 올 3월 첫 음악회를 기획하게 됐다"며 "격월로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열어 지역주민의 공동체를 강화하고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건강한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성효 대전시장과 이장우 동구청장도 이날 각각 행사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작은 마을에서 매우 의미있는 행사를 하고 있다"며 "시차원에서 홍보, 지원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동구청장은 "검토 후 내년부터 동구의 대표적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화답했다. 동명초 이용현 교장도 "학교는 지역사회의 것인 만큼 지역사회를 위해 언제나 학교를 개방하고 영혼을 살찌우는 음악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늦은 밤까지 300여명의 주민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오마이뉴스)